강아지 메리와의 사나흘
동생은 아르바이트도 빼고 메리를 돌봤다. 메리는 동생만 따라다녔다. 그래도 가끔은 나도 찾아줬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 침대로 굿모닝 문안인사를 왔다. 빤히 쳐다 보면 내 입술을 핥아 줬다.
뽀뽀는 사랑인데. 너 메리랑 뽀뽀해봤어? 하니까 동생이 이것저것 검색했다. 그저 입술 맛이 좋아서 핥는 경우도 있다는 검색 결과를 알려줬다. 김이 잠깐 샜는데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나는 강아지한테 맛있는 남자다.
메리는 요조신사다. 앉은 자세도 기품 있고 앞에서 우르르 까불어도 그윽하게 쳐다 보기만 한다. 애정표현도 담박하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내 허벅지 옆에 그저 폭 기대 눕는다. 쓰다듬는 손길을 온순히 받아낸다.
그래도 낯선 곳에 있으니 꽤 긴장한 눈치였다. 밖에서 자그마한 인기척이 들리면 우렁차게 짖었다. 왜 그러는 건지 주인한테 물어보니 가족이 찾으러 온 건 아닐까 싶어서 짖는 걸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은 메리가 외로워 보인다고 죽 걱정하다 장난감을 하나 사왔다. 안에 딸랑이가 들어 있는 작은 공. 주전부리가 더 있어야겠다며 강아지용 닭가슴살도 챙겼다. 맡아주겠다며 데려온 건 난데, 최선은 동생이 다 했다.
마지막날에 저녁약속이 있었다. 메리는 나 대신 동생이 전송했다. 우리 다음 차례로 맡아주기로 한 분께 메리를 넘겨드리고, 주인한테서 받은 사료와 배변패드 등을 챙겨드렸다. 간단한 이별이었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유독 강아지 키우기를 반대하셨다. 결국 다가오고 말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메리를 보내고 엄마랑 아빠는 강아지를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당신들께선 짧은 만남도 뒤로 하기 어렵다는 걸 느끼셨다.
그래도 이별이 있으니까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겠죠, 3박 4일 동안 즐거웠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참았다. 아직 헤어지고 있는 분들께 할 말은 아닌 듯 싶었다. 여운을 위해서라도 이별은 필요해요. 이 말도 참았다.
저녁약속을 갔다가 자정쯤 집에 왔다. 소파에 앉으니 메리가 올 것 같았다. 동생이 말했다. "장난감은 여기 있어." "그래? 그럼 나는 장난감 준다는 핑계로 메리 또 봐야지." "뭐래. 우리가 간직해야지." 그래. 간직해야지. 여러모로 쟤가 나보다 낫다.
*
공을 던지며 동생한테 주워 오라 해봤다. 메리처럼 뛰진 않는다. 딸랑딸랑. 딸랑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