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조와 성찰
1. 항저우에서 탄생한 AI 기업 딥시크(DeepSeek)는 최근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중국 도시 간 경쟁과 혁신 생태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남경, 우한, 그리고 북방의 여러 성들까지도 "왜 우리는 딥시크 같은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내지 못했나"라는 질문 앞에 놓였습니다.
2. 이런 상황에서 산동성을 대상으로 독특하고 자조 섞인 밈(meme)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산동에는 딥시크(deepseek)는 없어도 딥드링크(deepdrink)는 있다"는 말입니다. 이 짧고 강렬한 문구는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각 도시와 지역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밈은 단순한 웃음거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칭다오에서 보냈고, 지금도 자주 칭다오를 방문하며 많은 중국 친구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산동성의 "딥드링크" 문화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길거리 양꼬치 집과 같은 일상적인 자리가 아닌) 중요한 자리나 접대에서는 산동성이 중국에서도 유난히 체계적이고 예법적인 술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동의 술자리에는 다음과 같은 역할이 있습니다:
주배(主陪): 술자리를 주최하여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돈을 냄
부배(副陪): 주배를 보조하며 분위기 및 대화 서포트
주빈(主宾): 술자리에서 가장 존중 받는 주요 손님
부빈(副宾): 주빈과 동행한 손님으로서 보조적 위치
이 역할들이 원탁에서 각각 어느 자리에 앉는가, 종업원이 음식을 어떻게 놓는 가(생선 요리의 머리는 어디를 향하는 가ㅋ), 누가 젓가락을 제일 먼저 드는가 등등 세세한 규칙이 있습니다. 술을 권할 때도 명확한 규칙이 있습니다.
주배는 첫 번째 잔을 제안하며, 모든 참석자가 따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3잔 정도를 리드합니다. 부배는 주배가 끝난 후 추가로 2~3잔을 권합니다.
이후 삼배(三陪)와 사배(四陪)가 순서대로 술잔을 돌립니다. 모두가 9(久)잔을 마신 후 자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술의 종류 역시 엄격하게 구분됩니다. 주종을 고를 수 있다면 바이주(白酒), 와인(红酒), 맥주(啤酒)를 함께 준비하며, 비율은 보통 1:3:9로 설정됩니다. 즉, 바이주 한 잔에 와인 3잔, 맥주 9잔을 같은 속도로 마셔야 합니다. 이 정도는 일상적으로 지키는 술 문화이고,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에서는 훨씬 엄격한 규칙이 여전히 철저하게 적용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규칙은 산동성의 술 문화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창의적 사고나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중국은 단일 국가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도시와 성들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각 지역의 혁신 능력을 강조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항저우의 딥시크, 선전의 DJI, 난징의 일부 혁신 기업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도시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딥시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5. 이러한 상황에서 산동성의 자조는 단순히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중국 전체가 직면한 문제를 상징합니다. 특히 북방의 도시들은 경제력이나 기술력 면에서 남방에 비해 열세에 처해 있으며, 이는 더욱 큰 반성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북방 도시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가치와 문화를 지키면서도 어떻게 현대적 혁신을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6. 딥시크의 성공은 단순히 한 기업의 스토리가 아니라, 중국의 모든 지역이 배워야 할 교훈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은 단순히 자본이나 자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창의적 사고와 개방된 생태계가 핵심입니다. 또한, 전통적인 문화나 가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변화와 혁신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7. 최근에는 항저우의 민원 행정 시스템과 산동성의 민원 행정 시스템을 비교하는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같은 민원을 접수했을 때 처리 시간과 편리성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동안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말하지 못했던 다양한 병폐들이 공개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딥시크 같은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적어도 과도한 수준의 딥드링크 문화는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딥시크는 이런 방향으로도 중국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