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쿠팡이츠가 오프라인 상점 입점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미 완벽한 물류망으로 공산품 익일배송을 실현한 쿠팡이, 왜 다시 쿠팡이츠에서 오프라인 상점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을까요? 그 답은 중국 즉석배송 전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압도적인 편의를 제공하며, 모든 트래픽을 빨아들이겠다는 거죠. 하루도 길다 30분안에 배송을 하겠다라는 전략이죠.
2. 한국 뉴스에도 뜨던데, 중국에선 오랜만에 거대 플랫폼들의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주인공들은 알리바바, 메이투안, 징동 이렇게 세 회사입니다(다 시총 100조 이상). 올해 초 징동이 100억위안(약 1.9조)를 쏟겠다고 배달전쟁에 뛰어들었고, 곧이어 알리바바의 자회사 어러머가 타오바오 즉석배송과 함께 500억위안을 들고 참전했습니다. 알리바바의 이번 공세는 예전과 다릅니다. 몇 년전 어러머를 10조에 인수하고 메이투안과 한 바탕했다가 완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거든요. (이번엔 이커머스와 배달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뛰어든듯)
3. 마윈이 전쟁을 선포한지 2주만에 배달 주문 건수는 상상을 초월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저번 주 메이투안과 알리바바의 즉석배송 주문량이 하루에 각각 1.5억건, 8천만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무지막지한 마케팅 쿠폰으로 원래 배달음식을 잘 시키지 않던 50-60대 소비자가 120% 폭증했고, 이들 모두 1위안 밀크티, 5위안 도시락에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4.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즉석배송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배달음식 경쟁이 아님을 봐야 합니다. 메이투안의 일일 1.5억 건 주문 소화, 알리바바의 연간 9조원 투자는 결국 "30분 내 모든 것"이라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입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압도적인 편의를 제공하며 트래픽을 끌어오는 것, 즉 앱을 켜는 빈도를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밀크티 하나 때문에 앱을 켰다가 장보기, 생필품 주문까지 이어지는 연쇄 소비를 노리는 것이죠. 특히 알리바바의 '티몰 강림' 전략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나이키,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 4000여 매장을 30분 배송망에 연결한 것은, 단순히 '빠른 배달'이 아닌 '즉석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에 오프라인의 즉시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죠.
5.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분명 있지만, 지역 소매상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비를 함께 부담하지 않으면 아예 노출을 안시켜주는 플랫폼의 갑질이 횡행하고 있죠. 실제로 밀크티 한 잔을 예로 들면, 건물 앞 밀크티점에서 사먹으면 15위안인데 배달로 시키면 0.1위안입니다. 이런 비정상적 가격 구조에 밀크티 가게가 부담하는 마케팅비의 압박도 큽니다. 따르지 않으면 아예 노출이 안되니 울며겨자먹기로 하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매장가서 식사를 안한다는 겁니다. 배달서비스를 하지 않는 지역 홀 식당들은 다들 죽을 맛이죠. 중국의 경쟁이 과열되자 결국 시장관리국이 나섰습니다. (저번 주말에 한 번 불러서 적당히 해라 얘기한 거 같긴한데, 지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알리바바가 말을 들을지)
6. 피터지는 중국에 비해 한국은 좀 다른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배달의민족 B마트가 예전부터 있었지만, 중국의 치열한 생태계 경쟁과는 달리 소비자 편의 증진의 느낌이 컸습니다. 반면 쿠팡이츠의 최근 행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쿠팡의 핵심 강점은 이미 완성된 물류 인프라입니다. 전국 물류센터, 예측 배송 시스템, 최적화된 배송 루트까지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이제 마지막 퍼즐 조각인 '30분 배송망'을 완성하려는 것입니다. 기존 익일배송이 다음 날의 니즈를 해결했다면, 쿠팡이츠는 지금 당장의 니즈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7. 제 생각에 쿠팡이츠가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면, 전자상거래의 모든 트래픽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일 입고 싶은 유니클로 바지를 내일까지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요? 30분 내 받을 수 있다면 말이죠. 중국에서 "하루 세끼 배달"이 일상화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30분 내 모든 쇼핑"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쿠팡의 기존 사용자들이 이미 '빠른 배송'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이들에게 30분 배송은 익일배송의 자연스러운 진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8. 이런 상황이 한국 플랫폼 생태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선점자 우위의 극대화입니다. 중국처럼 치열한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30분 배송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면,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플랫폼 간 경계의 붕괴입니다. 전자상거래, 배달음식, 생활편의 서비스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승자는 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30분 생활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셋째,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플랫폼 종속 심화입니다. 중국에서 실체 상점들이 "플랫폼 알고리즘 속 출식(出食) 기계"로 전락한 것처럼, 한국의 동네 상권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 있습니다.
9. 쿠팡이츠의 전략은 중국식 치열한 소모전이 아닌 '조용한 혁명'에 가깝습니다. 경쟁자가 없는 틈을 타 착실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비자 습관을 바꿔가고 있죠. 이는 중국과 극명한 대조를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메이투안, 알리바바, 징동이 수조원씩 쏟아부으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반면(메이투안이 저번 주에만 2천억을 태웠다는 썰이...), 한국에서는 딱히 쿠팡이츠에 맞설 만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10.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보듯 과도한 플랫폼 집중은 결국 상인-소비자-플랫폼 모두에게 손해를 안길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경쟁 없는 독점은 혁신의 동력을 잃게 만들기도 합니다. 쿠팡이츠가 만들어가는 '30분 경제'가 한국 플랫폼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