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인앱 생태계의 한국적 해석
1. 최근 토스가 발표한 '앱인토스(App in Toss)' 전략을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토스 앱 내에서 파트너사의 서비스를 별도 앱 설치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구조는, 8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미니앱' 혁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같은 기술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그 배경과 전개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2. 2017년 텐센트는 위챗 안에서 앱을 구동시키는 미니앱(샤오청쉬)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월간 사용자 수 1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중국 모바일 생태계를 재편하는 지각변동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공과금 납부, 공공자전거, 대출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QR코드를 스캔해 주문하고 결제하는 것, 호텔 예약, 커피 주문, 택시 호출까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을 미니앱이 커버하고 있습니다.
3. 중국 미니앱 성공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표면적인 편의성을 넘어 경제적 동기를 봐야 합니다. 기차표 예매나 영화 예매 같은 생활 서비스들이 미니앱에서 잘 구동되는 것은 사실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여행 서비스의 경우 개발사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미니앱을 통해 접근하든 독립 앱으로 접근하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사용자도 받는 효용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개발사에게는 앱 다운로드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위챗에게는 사용자 체류시간을 위챗 내로 가져올 수 있는 윈윈 정도의 관계입니다. 따라서 생활 앱 정도만 옮겨왔다면 애플과 그 정도로 으르렁거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4. 하지만 게임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위챗 미니앱의 게임은 애플/구글 앱스토어의 30% 수수료를 완전히 우회할 수 있었습니다. 위챗페이를 통해 직접 결제하면서 개발자들이 30%의 수수료를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는 것이었죠. 이는 캐주얼 게임 개발자들에게 앱스토어가 아닌 위챗 미니앱을 선택할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제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챗 미니앱 생태계와 더우인의 존재는 중국 IT/콘텐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숏드라마, 캐주얼 게임, 웹소설 등 30%의 결제수수료를 떼지 않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표준 전략인 "제품 만들어 초기비용 내수시장에서 회수하고, 값싸고 똑똑한 국내 노동력으로 글로벌 시장 고정비 최소화(콘텐츠는 한계비용도 없음), 기업친화적 노동환경은 덤"의 첫 단추에 미니앱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특히 미니앱 환경에서도 잘 구동되고, 애초에 2-3년 동안 내 게임을 즐길 유저가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 캐주얼 게임의 특성상 위챗으로 트래픽이 몰렸다가 자신에게 오는 찝찝함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런 게임 개발자들이 트래픽을 모두 미니앱으로 집중시키면서 위챗 생태계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미니앱의 주요 활용 개발사는 사실 앱스토어에 올리기엔 부담이 되는 업체들이었습니다. 지역 100만 도시의 프랜차이즈 식당 30개 정도를 운영하는 업체의 경우, 앱스토어용으로 앱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비용이 너무 크지만, 미니앱으로 개발해서 메뉴판과 결제를 연동시켜놓고 알림 추가를 시켜놓은 상태에서 나만의 고객풀을 확보한 후, 마케팅 쿠폰이나 이벤트를 알리며 지역 소비자를 운영할 수 있다면 효용이 컸습니다.
6. 토스의 앱인토스는 중국 미니앱의 한국적 해석입니다. 위챗처럼 애플과 정면충돌할 일은 없을 것 같고, 수수료 우회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토스가 금융앱이라 매우 아쉽긴 하지만). 하지만 토스가 작은 플레이어들과의 공존을 통한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면 그 나름의 성공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역 비즈니스든 초기 IT 스타트업이든, 작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각각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즉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디지털 전환의 기회를, IT 스타트업들에게는 검증된 2,800만 활성 유저층에 대한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7. 한국 IT 업계에도 이 실험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미니앱 생태계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편의성이 아닌 명확한 경제적 인센티브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30% 수수료 우회처럼 개발자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강력한 동기 구조가 핵심입니다.
둘째, 플랫폼 생태계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쟁이 아닌 상생의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QR코드 기반 서비스 연동이나 초기 스타트업들의 서비스 검증 플랫폼 역할이 그 예입니다.
셋째, 미니앱의 진정한 가치는 진입장벽이 높았던 업체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지역 중소 프랜차이즈나 소상공인들처럼 기존에는 앱 개발 비용 부담으로 디지털 전환을 엄두도 못 냈던 업체들이 미니앱을 통해 본격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8. 토스가 제시하는 "일상의 슈퍼앱"이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히 중국 모델의 모방이 아닌, 작은 플레이어들과의 공존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식 수수료 우회는 아니더라도, 명확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협력적 생태계로 토스 미니앱의 실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