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공계열풍 다큐에 대한 단상

by TY

1.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중국 이공계열풍 다큐멘터리가 한국에서 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학생들이 이공계에 몰리는 모습을 보며 "중국은 공대를, 한국은 의대를"이라는 식의 비교 담론이 쏟아지고 있죠.


2. 저는 청도2중이라는 청도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중국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도 수능과 비슷한 시험을 치는데, 우리 때 2만 명이 시험을 쳤고 그중 가장 잘하는 700명 정도가 2중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성적보다 모자라도 올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ㅋ 저는 청도시 근처 지모1중에서 다니다가 고2 때 전학을 간 케이스).


3. 학교에는 총 14개 반이 있었는데, 그중 이과반이 10개였습니다. 문이과를 나눌 때 반 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한 반에 50여명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학습능력은 비슷했고 열의도 비슷했습니다. 그 우수한 애들이 모인 14개 반 중에서도 특별한 애들만 모아놓은 반이 2개 있었는데, 그들은 좀더 심화학습을 받았습니다. 청도시 날고긴다는 700명 중에 북경대 칭화대 가는 사람 숫자는 극소수, 10명 안팎이었습니다. 나머지 잘하는 100여명은 중국과기대, 복단대, 상해교통대, 인민대 등으로 진학했고 그 밑에 300여명은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대학을 갔습니다. 다만 거기 간 친구들도 그냥 다 똑똑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4. 순전히 제 느낌입니다만 80년대~90년대생은 공부 잘하면 금융권을 가고 싶어했던 마음이 컸던 거 같습니다. 그 예로 북경대 광화관리학원은 경영학을 가르치는데 매년 문,이과 가리지 않고 각 성의 수석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여 이 열풍이 이공대의 더 급격한 부상으로 인해 많이 꺾였다합니다. 최근에 후배들에게 듣자니 이제는 수석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칭화대 공대를 더 많이감).


5. 이 변화의 핵심은 중국 기업의 글로벌 발전과 직결됩니다.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그 발전의 주역이 된 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자, 이들은 다음 세대 인재들에게 최대한의 대우를 제공하며 인재를 끌어올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인재는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는 법이죠. 과거에는 금융권이 최고의 기회를 제공했다면, 지금은 테크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겁니다(아 물론 금융권도 여전히 나쁘진 않습니다).


6. 이는 단순한 교육 정책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따라 인재가 어디로 쏠리느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삼성, LG 같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한국 입시생의 의대 선택을 비판하며 중국의 엘리트교육을 보며 교육정책에서 자극을 받기 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아직도 "중국에 따라잡히네 마네" 하면 안 됩니다. 이미 저 앞에 있습니다. 중국의 테크 기업들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아져야 하고, 그 기업들이 인재에게 매력적인 대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E9-ENNbX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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