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배달 전쟁

라스트마일 물류 헤게모니를 향한 거인들의 충돌

by TY

1. 중국 IT 업계에서 눈에 띄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닌 이미 수백조의 기업을 이룬 중국 이커머스 거두 징동과 배달 시장의 절대 강자 메이퇀입니다. 텐센트라는 공동 투자자를 둔 꽤 친한 친구였던 두 기업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2. 배달 시장은 단순한 음식 배달 플랫폼이 아닙니다. 고객의 현관문까지 닿는 '라스트마일 물류망'은 디지털 경제의 최종 접점이자, 소비자의 일상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침투하는 인프라입니다. 수년전 치열했던 배달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된 메이퇀은 이미 이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자는 모든 것을 배달할 수 있다"라는 철학으로, 800만 명의 배달기사 네트워크와 하루 7,000만 건의 주문 처리 역량을 무기로 올해 초 '메이퇀 총알 쇼핑'(闪购, 샨거우)이라는 30분 배송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3. 이것은 징동에게 생존의 위협이었습니다. 알리바바와 핀둬둬까지는 어찌 해보겠는데 메이퇀이 구축한 촘촘한 라스트마일 네트워크는 징동의 핵심 경쟁력인 빠른 배송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징동의 창업자 류창둥은 "방어를 위한 최선의 전략은 공격"이라는 판단 하에, 메이퇀의 핵심 영역인 음식 배달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4. 징동의 반격은 다차원적인 전략으로 전개되었습니다.

1) 수수료 파괴 전략: 이미 수백조 기업인 징동은 과감히 5-10%의 낮은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플랫폼 경제에서 중요한 네트워크 효과의 출발점인 '공급자(상인)'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2) 도덕성 마케팅: 징동은 배달기사에게 4대보험을(五险一金) 제공하고, "징동 배달의 이익률은 영원히 5%를 넘지 않게 하라"는 내부 메모를 의도적으로 유출시켰습니다. 실제 메이퇀의 배달영역의 순이익도 3% 수준이지만, 징동은 자사를 '상생 플랫폼', 메이퇀을 '탐욕스러운 플랫폼'으로 프레이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3) 서비스 품질 경쟁: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으면 무료" 정책을 도입해 라스트마일 서비스의 신뢰성 경쟁을 격화시켰습니다. 이는 라스트마일 네트워크의 핵심 가치인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었습니다.

4) 창업자의 전면 참여: 원래 류창둥은 직원들을 형제로 부르며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 발언을 많이 했던 사람입니다. "징동의 배달기사 및 청소도우미 등을 일용직으로 바꾸면 당장 수천억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아낀 돈은 치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형제들의 노후는 누가 보장하는가" 등의 발언으로 큰 인기를 얻곤 했죠. 그가 일선에서 배달기사들과 훠궈를 먹으며 "우리 징동 대가족으로 오라! 함께하자!"라는 메시지는 수많은 중국의 배달기사를 울렸습니다.


5. 그러나 현실적 전력 차이는 여전히 크게 존재합니다. 메이퇀의 일일 배달 주문량 7,000만 건에 비해 징동은 500만 건, 배달기사도 메이퇀의 800만 명에 비해 징동은 100만 명 미만에 그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메이퇀이 이미 구축한 '다층적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메이퇀은 알고리즘 기반의 배달 최적화 시스템을 통해 배달 시간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습니다. 또한 음식 배달을 넘어 호텔, 항공권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소비자 접점을 다양화했습니다. 이렇게 구축된 네트워크 효과는 후발 주자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진입장벽을 형성합니다.


6.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메이퇀이 배달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대신 2위인 어러마가 위험...쿠팡이츠 진출 후 요기요 상황정도) 그러나 징동의 진정한 목표는 배달 시장 점유율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메이퇀의 전자상거래 영역 확장을 저지하고, 자신들의 기존 이커머스 사업을 보호하는 '방어적 공격'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쟁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와 상인들입니다. 그들은 더 낮은 수수료, 더 빠른 배달,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플랫폼 경제에서 종종 간과되는 중요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과도한 시장 지배력은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의 희생 위에 세워지며, 적절한 경쟁은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7. 한국 배달 시장에도 이 전쟁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라스트마일 네트워크는 단순한 서비스 영역이 아닌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음식 배달을 넘어 모든 상거래의 최종 접점이 될 것입니다.배민은 아직 할 게 매우 많습니다.

둘째, 과도한 수수료와 플랫폼 독점은 생태계 건강성을 해치며, 적절한 경쟁이 필요합니다. 이미 배민과 쿠팡이츠의 독과점 시장이긴 한데...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메이퇀이나 징동이 충분히 눈독 들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IT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소비자에게도 많은 선택이 주어질 거 같습니다.

셋째, 라스트마일 서비스는 단순한 물류가 아닌 '데이터 네트워크'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 위치 데이터, 선호도 정보를 수집하는 이 네트워크는 미래 AI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8. 중국의 거대 IT 기업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우리는 한국 기업과는 다른 특별한 에너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수백조 원의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이 여전히 일선에서 뛰는 모습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샤오미를 창업한 레이쥔 회장이 직접 제작한 전기차의 첫 고객에게 운전석 문을 열어주고, 징동의 류창둥 회장이 직접 배달기사 유니폼을 입고 배달을 뛰는 모습에서 중국 기업의 진정한 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창업자들의 '야성'과 '현장 중심주의'가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서는 보기 힘든, 성공 이후에도 식지 않는 창업가 정신과 끊임없는 혁신 의지가 중국 IT 기업의 무서운 경쟁력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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