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원한이 빚어낸 복수전의 서막
1. 최근 중국 IT 업계에선 10년 묵은 알리바바와 메이투안의 '복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징동은 거의 아웃된 상태죠).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즉석배송 전쟁 같지만, 그 본질은 2014년 알리페이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말처럼, 이번 전면전은 오랫동안 침묵했던 알리바바의 내부 사기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2. 알리바바와 메이투안의 인연은 2011년 수많은 공동구매 플랫폼들이 난립했던 '천 개 공동구매업체 대전쟁(천단대전)'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후발 주자였던 메이투안의 왕싱 대표는 자금난에 빠져 마윈을 찾아갔고, 알리바바는 5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구원투수로 나섰죠. 심지어 영업 총괄인 간지아웨이를 파견해 메이투안의 전국 영업망 구축까지 도왔습니다. 이 도움 덕분에 메이투안은 생존을 넘어 외식 배달 시장의 절대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3. 하지만 이 '인연'는 2014년 위챗 홍바오 사태로 금이 갑니다. 위챗의 폭발적인 성장을 본 알리바바는 메이투안에 알리페이 독점 사용을 요구했지만, 왕싱은 위챗 트래픽을 포기할 수 없어 위챗페이까지 쓰는 병행을 선택하고 텐센트와 심층 협력을 맺습니다. 이에 격분한 마윈은 메이투안 지분을 대폭 매각하고 경쟁사인 '어러머'를 10조에 인수하며, 10년 뒤의 복수를 다짐하는 씨앗을 뿌리게 됩니다.
4. 지난 10년간 알리바바는 숏폼, 저가 시장 침투, 로컬 커머스 등 핵심 영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내부적으로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습니다. 이 침묵을 깬 것은 2024년 '변방으로 발령' 500일을 보낸 후 복귀한 장판(蒋凡)입니다. 과거 타오바오 모바일 개혁을 주도하며 '알리바바의 3세대 후계자'로 불렸던 그는 해외 사업에서 '승리하는 이력'을 쌓고 돌아와 침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5. 그동안 많은 이들은 수십조를 쏟아부어도 메이투안이 외식 배달 시장에 구축한 '해자'는 넘볼 수 없을 것이라는 통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년간 운영하며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 식당, 배달 기사 간의 완벽한 균형은 철옹성처럼 느껴졌죠. 실제로 바이트댄스와 징동 같은 거대 기업들도 도전했지만 메이투안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불과 두 달 만에 그 장벽을 허물어뜨렸습니다.
6. 알리바바는 즉석배송 전쟁을 선포하며 다각도에서 메이투안을 압박했습니다.
1) 10조 투입: 엄청난 광고와 보조금을 통해 메이투안의 고객을 뺏어오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일 주문량 8,000만 건을 달성했습니다.
2) 따종디엔핑 저격: 메이투안의 현금 창고라 불리는 따종디엔핑왕(네이버 플레이스와 비슷)을 겨냥해 월 8.7억 명이 사용하는 '고덕지도(지도+내비게이션)' 앱에 거리 스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매장 사장님들의 끊임없는 별점 관리와 광고노출로 정보 신뢰성에 왜곡이 있을 수 있는 따종디엔핑과 달리, 고덕지도는 실제 내비게이션 방문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 시스템을 내세우며 '영원히 수익화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으로 시장을 흔들었죠.
3) 공급망 재구성: 타오바오 즉석배송은 기존 알리바바의 1688 공급망을 활용, 공급망 자체를 재구성해 메이투안의 지역 소매점 공급망을 초라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승리 경험은 알리바바 내부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습니다.
7. 배달 시장에서만 싸우는 줄 알았는데, 메이투안의 모든 먹거리에 칼을 들이대자 메이투안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100조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알리바바와 맞대응하자니 출혈이 크고, 이대로 두자니 전체 사업이 흔들릴 것 같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은 과거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성장했던 메이투안을 드물게 수동적인 위치로 몰아넣었습니다.
8. '어러머'가 메이투안에게 완벽히 밀리며 마윈의 실패한 투자라고 조롱당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도리어 메이투안을 위협하고 있네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수백조 규모의 거대 기업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는 이 전쟁도 언젠가는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서겠지요. 그때 이들은 단련된 역량으로 다음 목표를 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가 꼭 한국이 아니더라도, 그 어딘가에서는 글로벌 진출한 한국 기업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국 기업의 동향을 끊임없이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