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콘텐츠 사업 프로토콜 재정비의 필요성
1. 작년 말부터 한중 관계의 분위기가 풀릴 기미를 보이자,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중국 시장 재진출 기대감이 크게 고조되었습니다. 이 '재진출' 움직임은 대스타급 연예인뿐만 아니라 인스타 셀럽들에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2. 배우 한채영은 라이브 커머스로 립스틱을 판매하고, 가수 비는 초특급 왕홍인 광동부부와 콜라보 콘텐츠를 합니다. 한가인, 채림 등 과거 중국에서 활동했던 연예인들부터 코로나 시절에 뜨기 시작에 중국 특수를 누리지 못했던 분들까지 총동원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3. 하지만 활발한 교류 이면에서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터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배우 전지현의 논란입니다. 최근 출연작의 대사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가 SNS에서 확산되며 대규모 비난을 받았습니다. 대사임을 아는 중국인도 있지만, 대사 맥락과 무관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중이 다수입니다. 과거 관계가 좋았다면 플랫폼에서 알고리즘 조절을 하거나, 중국 전문 미디어팀의 전문적인 대응이 있었겠지만, 현재는 상황이 애매해졌습니다.
4. 또 다른 사례로, 최근 한 인스타 셀럽이 샤오홍슈에 올린 "한국의 중추절 잘 보내세요"라는 인사말이 수천 개의 악성 댓글을 유발하며 사과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댓글은 대부분 중추절의 기원을 문제 삼으며 '문화 도둑' 프레임으로 공격했습니다. 사소한 안부 인사조차 순식간에 반한 감정의 뇌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 이러한 사건들의 배경에는 SNS 및 숏폼 생태계 형성이 있습니다. 과거 검열되고 정제된 콘텐츠와 달리, 샤오홍슈 등의 SNS 및 숏폼 환경은 가짜뉴스, 왜곡, 감정적 선동이 실시간적이고 알고리즘을 타고 퍼져나가 대중 정서를 즉각적으로 자극합니다. 중국 내 SNS 생태계는 반한 감정을 촉발하는 콘텐츠 확산에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6. 현재 한국인임을 강조하며 샤오홍슈 전문 크리에이터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한국인 어드벤티지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철저한 준비 없는 진출은 리스크만 증폭시키기 쉽습니다. 논란의 기저에는 최근 높아진 자존심과 자긍심이 있습니다. 한국을 폄하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특히 '한국이 자국의 문화를 훔쳐간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가진 역사적/문화적 편견과 유사하며, 냉철한 균형점이 필요합니다.)
7. 과거 콘텐츠 진출 시 조심해야 할 위험이 대만 문제 발언 정도였다면 (물론 지금도 이게 제일 중요)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실시간 소통 환경과 높아진 자긍심,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적·사회적 편견이 결합된 상태입니다.
8.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된 '프로토콜 재정비'가 시급합니다. 이 새로운 프로토콜은 단순한 금기 목록이 아닌, 상호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리스크 관리 체계여야 합니다.
현재의 진통은 리스크 회피 차원을 넘어, 변화된 시대에 대한 전략적 대응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대중국 사업의 견고한 기반은 결국 철저히 분석된 환경 위에서 구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