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국인 인플루언서 변천사

선망에서 공존으로, 다시 ‘가치’의 영역으로

by TY

1. 얼마전 도우인(抖音)에서 본 한국인 인플루언서 ‘김삼세(金三岁)'의 영상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서울 거리에서 난징대학살의 비극을 알리는 그의 모습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죠. 누군가는 그를 정의로운 크리에이터로, 누군가는 트래픽을 노린 장사꾼으로 봅니다. 이 현상을 통해 중국 인터넷 생태계 내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겪어온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간단히 써보고자 합니다.(반박시 제가 틀린 걸로ㅋ)


2. 최근 20년간 변화해온 한중 관계가 콘텐츠의 소재나 스타일에 상당히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종류가 바뀐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 그리고 중국인들의 높아진 자부심이 콘텐츠에 투영된 결과입니다. 세대라고 구분했다고 해서 세대교체의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급격한 위상 변화와 콘텐츠 소재의 상관관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세대로 구분하는 게 더 맞는 거 같습니다.


3. 제1세대: ‘한국은 선진적이다’라는 선망의 시대 초창기 한국 인플루언서는 한류 열풍의 직접적인 수혜자였습니다. 당시 중국 유저들에게 한국은 메이크업, 패션, 아이돌 문화에서 앞서가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굳이 중국에 맞추려 하지 않아도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가 세련된 콘텐츠가 되던 시절입니다.


4. 제2세대: ‘중국도 살기 좋다’는 자부심의 발현과 생존 전략 한류의 온도가 낮아지고 중국의 국력이 급격히 신장되면서 나타난 ‘중국 찬양형’ 콘텐츠 시대입니다. 이는 비굴함이라기보다 중국인의 높아진 자존감을 충족시켜 주며 생존을 도모한 트래픽 최적화 전략에 가까웠습니다.


5. 제3세대: ‘우리는 동등하다’는 수평적 공존의 시기 한중 커플 크리에이터들이 주류가 되어 서로의 차이를 코믹하게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2세대의 전략적 호감 사기와 1세대의 선망 사이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보여주며 정서적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6. 단절이 아닌 중첩: 2세대와 3세대의 공존 중요한 점은 이 세대 구분이 칼로 자르듯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2세대의 '친중 호감형'과 3세대의 '문화 융합형'은 상당 기간 활동 시기가 겹쳤습니다. 이는 시대가 교체된 것이 아니라, 중국 유저의 니즈가 다변화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터들이 순차적으로 '출현'하며 층을 쌓아온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7. 제4세대(?): ‘지적·역사적 동류’를 요구하는 고도화된 시대 이제 중국 유저들은 얄팍한 칭찬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역사적 통증을 진심으로 이해하거나, 그들의 문화적 자부심에 깊이 공감하는 ‘수준 높은 파트너’를 원합니다. 김삼세의 영상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것입니다. 지식의 깊이가 만드는 압도적 진입장벽 이제는 '지식의 깊이'가 곧 경쟁력입니다. 예를들어 중국인들도 학창 시절 고통스럽게 암기했던 '진짜 어려운 고대 문학'을 한국인이 해석하고 그 미학을 논할 때 비로소 압도적인 트래픽과 권위가 발생하는 것처럼요.


8. 예를 들어 한국인 크리에이터가 최근 중국에서도 트래픽을 타고있는 천재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阁序)'를 이야기한다거나, 칠보시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조식(曹植)의 '낙신부(洛神赋)'의 몇 마디라도 읊는다고 가정해 보면, 중국인조차 고개를 내젓는 난해한 문장을 한국의 지식인이 정교하게 풀어낼 때, 중국 유저들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 경외심에 기반한 '문화적 동류(Cultural Peer)' 의식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가벼운 가십으로는 절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전략입니다.


9. 김삼세 같은 크리에이터가 난징대학살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라이브 커머스로 화장품을 파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무거운 주제로 확보한 신뢰와 권위는 커머스 활동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하는 강력한 ‘정서적 라이선스’가 됩니다. 명분(역사/문화)으로 진입장벽을 쌓고 실리(커머스)를 취하는 고도의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이거 중국 왕홍 컷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원래 중국은 탁구세계1등 장지커가 라이브로 탁구 가르치고, 재산 10조 있는 재벌이 라이브로 AI시대의 미래 전략 공유하는 나라입니다...


10. 역사적 감정이나 깊은 문화적 코드를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히 분석된 데이터와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토콜' 안에서 이를 다룰 수 있다면, 단순한 외국인 방송인을 넘어 중국 대중 사회의 'Key Opinion Leader(KOL)'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이번 정부에서 새로운 한중관계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콘텐츠에서도 양국의 정서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가치 교집합’을 찾아야 합니다. 김삼세의 행보는 변화된 중국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생존 문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얄팍한 트래픽의 파도를 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는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중국사업 하시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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