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 북경대학교 강의실에서 마주했던 이 당혹스러운 중간고사 시험 문제는 19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곤 합니다. 각 성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모인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이과 고등수학 수업. 유학생이었지만 이과전형으로 들어왔으니 그들과 같이 들어보겠다라는 패기 하나로 그 험난한 길을 자처했습니다(경영학과 수학이 어려워봤자...라는 틀린 생각으로...)
북경대 수학과 교수님이 가르쳤는데 세 번째 수업부터 알아듣기가 힘들더니... 그리고 치른 중간고사에서 49점이라는 숫자를 받아 들었을 때의 그 얼얼함. 하지만 절강성 20등으로 입학한 친구 역시 51점을 맞은 것을 보며 안도했던 그 묘한 유대감은, 학점보다 더 값진 '함께 고난을 통과하고 있다'는 감각을 선물해 주었습니다.(올림피아드 출신들은 90점 이상)학점은 낮았을지 몰라도, 중국의 수재들과 똑같이 먹고, 공부하고, 고민하며 보낸 그 1년은 제 유학 생활 중 가장 치열했던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지난 주말, 북경에서 그 동기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6개월만에 만난 친구도 있고 졸업 후 처음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있다보니 동기들끼리도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었고 그나마 이번에 제가 북경으로 온다니 상해, 항저우 등에서 올라와 북경에서 모인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의 삶은 제각기 달랐습니다. 바이트댄스에서 AI 제품 또우바오를 리딩하는 리더, 수천억 규모의 사모펀드 대표, 큰 부를 일군 전업 투자자, 그리고 고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은행원까지. 대학 입학 때는 우리 모두가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지도자가 될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흘러 마주한 현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활인'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그 시절 공유했던 뜨거운 패기가 여전히 삶의 태도에 녹아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사회적 위치나 자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20년 전 그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함께 풀며 다졌던 그 '근성'이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07년 가을, 답을 쓰기 막막했던 무리수의 증명처럼 인생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마주하는 태도라는 것을요. 친구들의 치열한 삶을 보며 저 또한 저만의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묵묵히 증명해 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