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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사람 Oct 24. 2015

TWINS가 기억하는 가을이야기

LG TWINS의 POST SEASON 그리고 페넌트레이스

무엇이든 그렇지만 항상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존재한다면 기억하기 싫은 순간 역시 존재한다. 가을야구로 한창 달아오른 이 때, 아쉽지만 LG팬들은 야구장이 아닌 집에서 타 팀의 가을야구를 바라보아야 한다. 소소한 추억들이지만 LG TWINS의 역대 POST SEASON 이야기 그리고 입추 이후의 페넌트레이스 막판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보았다. 하나하나 되새김질 하면서 그 순간을 한 번 기억 해 보자. (MBC 청룡시절 제외)


※ 그 1구


1. 1994년 81승 45패로 2위 태평양과 무려 11게임 반차까지 벌리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후 만난 상대는 하위권을 전전하다 돌풍을 일으켰던 태평양 돌핀스였다. 1차전 선발은 이상훈 대 김홍집. 보통 오랫동안 쉬고 경기에 임한 팀일수록 얼마나 빨리 경기 감각이 돌아오느냐가 승패의 관건인데 생각보다 경기 감각 회복 관련하여 LG는 애를 먹었다. 게다가 태평양의 선발 김홍집의 역투에 꽁꽁 묶여버려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1회말까지 LG가 뽑아 낸 점수는 단 한 점. 태평양 역시 이상훈의 역투로 1점에 불과하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내 세운 대타는 시즌 20안타 .263을 기록한 김선진. 그런데 거짓말처럼 김홍집의 141구째 공을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어 경기를 끝내버렸다. 이 시리즈에서 LG는 태평양을 상대로 파죽의 4연승을 구가 해 90년 이후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였다. 시리즈 MVP는 김용수 투수로 90년 한국시리즈 MVP 이후 2번째 영광을 안았다.


LG팬들에게 김재현은 잊을 수 없는 선수다.


2. 그러나 그 1구는 꼭 기쁜 일만 있지는 않았다. 8년 후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상대는 삼성 라이온스. 당시 삼성은 늘 강팀이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먼 팀이었다. 1985년 통합 우승이후 번번히 고배를 마셨고 이러한 우승 조급증 때문에 선수단이 늘 쫓기듯 시즌에 임하였다. 게다가 01년 두산과의 시리즈까지 내 주면서 리그 1위를 하고도 웃지 못 하는 상황에 치달았기 때문에 이 해의 한국시리즈는 정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반대로 당시 LG는 모든 것을 다 짜내가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리그 3위 현대에 9승 9패 1무로 대등했지만 2위 KIA에게는 5승 13패 1무로 절대 열세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망신당하고 일찍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었고 특히 KIA에게는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투혼을 발휘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만났다. 하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이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 결국 6차전에서 이상훈 투수가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으로 9-9 동점을 허용하였고 뒤 이어 나온 최원호 투수는 마해영에게 1점 홈런을 내 줘 9-10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공 하나가 LG와 삼성의 운명을 갈랐고 결국 LG트윈스의 21세기 최후의 한국시리즈로 남아있다. 지금도 당시 이상훈 투수가 김성근 감독에게 한 말은 LG팬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가 한 말?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감독님, 저는 언제고 던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그 1경기


1. 2005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미 순위가 결정난 LG가 만난 상대는 2위냐 3위냐에 갈림길에 들어선 SK. 그리고 두산은 KIA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다. 당시만해도 SK가 2위 두산이 3위였는데 이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 재미있는 것은 LG는 SK에게 당시 3승 13패 1무로 절대 열세였다. 그런데 마지막 대결에서 SK를 잡아버렸다. 반면 두산은 KIA를 잡아 시즌 2위로 올라갔다. 시즌 마무리라는 면에서 LG의 승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잠실 라이벌의 2위를 도왔다는 점에서 그렇게 개운하지만은 않은 마무리였던 것 같다. SK는 그 여파 때문인지 4위 한화에 준플레이오프에서 덜미를 잡혀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박용택에게 있어 LG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각별했다. 그래서 11년을 오롯이 참아왔을지도 모른다.

2. 2013년 10월 5일. LG팬들에게는 절대 잊지 못 할 순간이었다. 그 날 까지도 2위가 결정나지 않은 사상 초유의 시즌이었다. 대상은 LG, 두산, 넥센 이렇게 3팀이었다. 대결도 얄궂었다. LG는 잠실에서 두산과 승부를 넥센은 시즌 최하위 한화와의 승부였다. 당시 한화는 시즌 초반 13연패 등 팀이 난파 상태였던 관계로 넥센이 상당히 유리하게 보았다. 반대로 LG는 라이벌 두산과의 시합이었다. 쉽게 결정내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넥센은 한화 바티스타의 역투에 힘입어 1-2로 패했다. 반대로 LG는 두산에 5-2로 이겨 페넌트레이스 2위로 11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였다. 그 한 경기로 모든 것들이 갈려버렸는데 LG는 웃었고 두산은 아쉬움을 뒤로 해야 했다. 다행이 두산 팬들은 13년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무려 17경기나 가을야구를 '물리도록' 본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3. 2014년 또 한 번 한 경기로 운명이 갈릴뻔하였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이겨내고 간신히 5할 승률까지 끌어올리며 4위를 유지하던 LG, 그리고 정말 '미친듯이' 4위 자리를 추격했던 SK.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진출팀을 갈라야하는 운명. LG의 상대는 롯데, SK의 상대는 넥센이었다. 얄궂게도 LG가 롯데에게 패했지만 SK 역시 넥센의 화력에 밀려 경기에서 패하였다. 결국 LG가 최후의 승자로 남아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였다. 이 해 LG는 승률 5할을 못 넘긴 (.498) 팀 최초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팀으로 남았다. 아쉽지만 넥센에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패퇴해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LG 팬들의 기억 속에는 진하게 남았던 시즌이었다. 


※ 그 주루


1. 1993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잠실 경기. 2-3으로 삼성에게 뒤지고 있었던 LG는 김영직의 안타로 대주자로 윤찬을 내 세웠다. 당시 최훈재의 타구는 펜스까지 정말 제대로 날아가 적어도 2루타처럼 보였다. 1루 주자 윤찬 선수가 타구를 끝까지 보고 뛰었어야 하는데, 안타라고 판단하고 그냥 '냅다' 달린 것. 이미 폭주기관차처럼 속도가 붙은 윤찬은 결국 홈 까지 쇄도해 이미 들어왔었다. 결국 최훈재의 타구는 플라이 아웃. 그리고 주자 윤찬도 아웃. 찬물을 맞은 LG는 삼성에게 플레이오프에서 2승 3패로 밀려 시즌을 마무리 하였다.   


2. 그로부터 21년후 2014년 준플레이오프전. 상대는 처음 가을야구를 하는 NC 다이노스. 주자는 문선재. 이병규(7)의 평범한 내야플라이인데 그냥 안 보고 달린 것. 하지만 2루수 박민우 선수가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속도가 붙은(?) 문선재는 3루를 돌아 홈으로 그대로 들어와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래저래 NC는 가을야구에 나가 신고식을 호되게 치루었다. 


※ 그 한 방


1. 1997년 플레이오프 LG 대 삼성의 잠실 2차전 경기. 1차전 11-5로 대승을 거두었던 LG였지만 이 날 경기는 양상이 달랐다. 4-1로 앞섰는데 이상훈 투수가 난조를 보이더니 신동주의 역전 3점 홈런으로 분위기가 일순간에 뒤집어 진 것.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상황에서 이 경기를 삼성에서 매조지하기 위해 내 세운 투수는 박동희. 그런데 LG에 행운이 따르기 시작한 것 같다. 9회말 9번 박종호 타자가 불규칙 바운드로 안타를 만들어 내 출루를 한 것. 예상하지 못 한 상황에서 투수 박동희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결국 3번 타자 서용빈을 상대하기 위해 내 세운 투수는 성준. 대타를 내 세우려고 했는데 의외로 서용빈을 밀어 붙인 것. 초구 몸쪽으로 들어오는 볼을 서용빈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잡아 당겨 쳐 냈고 우중간을 그대로 갈라 주자 2명을 싹쓸었던 것. 3루쪽 삼성 응원단은 '찬물을 맞은' 반응이 나타났고 1루측은 속된말로 '광란의 오후'를 보냈다.      


LG시절 야생마 그 자체였던 이상훈 투수. 그는 이제 LG라는 구단을 어떻게 생각할까? 

2. 다시 1년만에 또 만한 두 팀의 플레이오프. 이번에는 3위 도전자 LG 2위 삼성간의 경기였다. 플레이오프 잠실 4차전에서 2-4로 LG가 끌려갔다. 어떻게든 5차전으로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올린 삼성의 투수는 외국인 투수 베이커. 타자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펠릭스였다. 주자 2명이 나간 상황에서 타석에는 펠릭스. 그런데 거짓말처럼 베이커의 볼을 통타해 펜스를 훌쩍 넘겨버렸다. 결국 7회말 스코어를 6-4로 LG가 뒤집었다. 삼성이 8회 초 1점을 더 보태 추격에 들어갔지만 LG 역시 8회말에 1점을 더 추가해 7-5로 만들었다. 결국 이 경기를 최창호 투수가 매조지하여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였다. 삼성은 정말 지독하리만치 당시 가을야구가 안 풀리는 징크스에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우동수 트리오. 아마 잠실구장을 쓰는 팀 역사상 이런 3-4-5번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3. 00년 가을야구에서 만난 상대는 93년 이후 7년만에 만난 두산. 잠실 라이벌 답게 팽팽하게 가던 경기는 결국 연장까지 흘러갔다. 연장전에서 LG가 내 세운 투수는 장문석. 타자는 헤라클레스 심정수. 심정수는 11회 초 장문석의 볼을 그대로 받아 쳐 잠실 좌중간으로 타구를 보내버렸다. 결국 그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LG는 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00년 가을야구를 마감해야했다. 이 경기로 LG와 두산의 명과 암이 확연하게 갈린, 일종에 암시를 주는 경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 실책


1. 1998년 준플레이오프 LG 대 OB. 당시 LG는 5할을 간신히 넘는 승률로 리그 3위, OB는 막판 스퍼트를 발휘해 5할이 못 미치는 승률로 리그 4위를 차지해 잠실 더비를 성사시켰다. 라이벌전 답게 팽팽했던 경기였다. 말 그대로 엎치락 뒤치락 했던 그 경기. 이렇게 엎치락 뒤치락 했던 경기는 그렇지만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났다. 10회말 외국인 선수 에드가 케세레스가 김재현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빠트리는 바람에 주자가 홈까지 들어왔던 것. 그 점수는 당시 경기의 끝내기 점수였던 것. 당시 상승세를 탄 LG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일구어냈다. 


2. 2007년 당시 LG는 김재박 감독 부임 첫 해였다. 당시 5위를 기록하고 있는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SK전에서 9회초 1점 앞서고 있는 상황. 2사 3루에서 교체한 우규민 투수가 평범한 2루수 플라이를 유도해 게임을 매조지 할 수 있었던 것. 그렇지만 교체 출장했던 김우석 선수가 잘 쫓아가 낙하지점까지 잘 잡아놓고도 볼을 잡다 놓치는 바람에 동점을 허용한 것. 힘이 빠진 LG는 10회초에 1점 더 허용해 역전 당하였고 이 후 5연패를 당해 가을야구의 꿈을 접어야했다. 이 충격 탓인지 김우석 선수는 그 해를 마지막으로 LG에서 방출당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우석 선수는 현재 LG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 그 함성의 순간


2014년 LG팬들이 외쳤던 이 한 마디. 우주의 기운.


잠실구장의 특성상 그리고 서울 지역의 특성상 홈팀과 원정팀의 관중 비율이 5:5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홈팀인 LG, 두산 / 두산, LG가 성적이 좋지 못 하면 원정팀 팬들이 더 많은 경우가 심심하지 않게 나온다. 그래서 일방적인 홈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데 2014년 NC와의 경기에서는 일방적으로 LG팬들이 관중석을 '덮어버렸다'. NC가 3년차의 신생팀이어서 팬층이 아직 약한 점도 작용했지만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 두산 / 두산, LG 구단 역사상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LG 팬들이 포스트시즌에 대한 목마름으로 인한 점도 큰 요소였지만 아무튼 이런 진풍경도 자주 나타나기는 힘든 장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잠실구장에서 자주 경기를 했던 NC의 베테랑 선수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이서 당황한 기색이었다고. 


P.S: 1. 최대한 기억들을 끌어와 썼으나 다 기억나지 않아 이 정도로만 꼽아 보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 LG 팬인 관계로 LG의 가을야구 이야기 위주로 썼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3. 근거없는 악플, 비난, 팀 비하성 발언 등은 예고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4. 모든 사진의 출처는 사진의 워터마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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