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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낙서

정답과 오답

오늘, 낙서

by 감정 PD 푸른뮤즈

개인교습을 하는 선생님 '다 정해' 씨는 오늘도 씩씩하게 학생 집을 방문한다.

방에 들어가면 초등학교 4학년 '나 안해' 군이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다.

정해 씨는 웃으며 다가간다.


"안녕, 오늘도 화가 나 있네."


정해를 노려보며, 안해군은 '공부안해. 하기 싫어' 를 외치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늘 있는 일이라 침착하게 숙제를 확인한다.

수많은 낙서, 눈물자국, 살짝 찢어진 부분까지.

숙제를 했다는 자체로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살포시 채점을 해본다. 비가 내린다.

내심 궁금했는지 가만히 지켜보던 안해가 문제집을 뺏어 던져버린다.


"그만해. 많이 틀리는건 멍충이야."


안해는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그래?"


"애들이... 점수보고 애들이 놀렸어."


'아. 그래서 오늘 유독 심했구나.'


"안해야. 정답과 오답을 표현하는 동그라미와 엑스는 기호일 뿐이야. 그 중 엑스는 더 중요한 기호야.

'넌 이 부분을 아직 모르니 알아보자' 이런 거거든. 엑스는 나쁘거나 잘못이라는 의미가 아니야."


"아냐. 모르는 게 많으니까 멍충이야."


"모르는게 많으니까 이제부터 알면 돼. 유독 많이 틀린 챕터는 네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는 알림이야.

이 부분부터 다시 해볼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정답이라고 완전한 지식도 아니고,

오답이라고 불완전한 지식도 아니다.

정답이 옳고, 오답이 나쁜 것도 아니다.

세상엔 정답과 오답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정답과 오답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에 있을 뿐이다.


정답과 오답의 역할 차이를 오늘 꼭 알려줘야겠다.

종이 한 장 차이 뿐이라는 걸 알려줘야겠다.



학창시절, 문제집을 풀고 유독 많이 틀리면 급격히 우울해졌다.

'어차피 난 안 돼!' 하는 자격지심에 문제집을 던진 적도 있다.

어느 날 마음 먹고 그나마 좋아하는 과목의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만든 오답노트는 애정이 갔다. 꾸미고, 필요한 내용을 붙이고, 각양각색 연필로 표시하면서.

1년 간 오답노트로 내내 공부했다. 그 해 전국 모의고사에서 그 과목만큼은 성적이 높게 나왔다.

그 때 생각했다.

많이 틀려서 나쁜 게 아니다.

틀린 것을 외면해버린 내 태도가 문제였다. .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알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도 늘 정답과 오답은 존재했다.

어릴 적 깨달음은 어른이 된 내게 '정답과 오답'의 의미를 알려줬다.

정답은 사회적으로, 객관적인 지식,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수의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오답은 '아직 내가 모르는 것'


정답보다 오답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참 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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