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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낙서

'토끼와 거북이' 승부보다 중요한 건?

오늘, 낙서

by 감정 PD 푸른뮤즈

('토끼와 거북이' 앞 내용은 생략)


거북이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있는 힘껏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잠든 토끼를 발견했다.

거북이는 토끼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 그 옆을 지났다.

한참을 걸은 뒤 골인 지점이 거북이 눈앞에 보였다.


"다 왔구나. 해냈어."


거북이는 아무도 없는 골인 지점을 향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기쁘다. '


축하해 주는 이 아무도 없지만 거북이는 뿌듯했다.

그새 노골 해진 몸을 뉘고 휴식을 취하며 토끼를 기다린다.

그 시각 토끼는 흠칫 놀라 깼다. 뒤를 돌아보니 조용하다.


'역시 아직 못 왔군.'


토끼는 느릿느릿 걷다가, 골인 지점 앞에서 거북이 마주쳤다.

반가워하는 거북이와 달리, 토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건 반칙이야. 자고 있는 나를 깨우지도 않고 도둑처럼 몰래 골인을 하다니"


거북이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이내 대답한다.


" 토끼야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난 그저 쉬지 않고 걸었을 뿐이야."


"낮잠을 잔 내가 잘못이라는 거야?"


"아니. 그저 넌 너의 길을 가다가 낮잠을 잔 것뿐이야.

난 나의 길을 갔을 뿐이고"


"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거야?"


"너와 내가 시합을 하기는 했지만,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잖아."


토끼는 대답이 없다.

거북이는 말을 이어갔다.


"그저 뻔한 바다 일상에서 벗어나 너와 육지에서 달리기 시합을 한 것 자체가 내겐 큰 일탈이었어.

육지에서 내가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아볼 수있는 시간이었어.

난 그저 오늘 이 시합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즐거움을 줬는지 너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야. "

토끼는 머쓱한 듯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멋진 시합이었어."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다.


아빠 왈,

"공부도 승부욕이 있어야 잘 할 수 있을텐데... 넌 승부욕이 없어서..."


맞다. 난 승부욕이 없다. 경쟁 자체를 싫어하니까.

학교를 졸업하고 나온 사회는 '경쟁 투성이'였다.

경쟁을 할 때 필요한 '긴장감'이 너무 힘들고 싫었다.

나 같은 초식동물은 힘든 환경이다.


'나는 왜 승부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왜 경쟁을 해야 할까?

경쟁을 한다해도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선의의 경쟁은 어느 정도 필요한 거라 생각하면서도,

굳이 나는 경쟁을 하고 싶지도, 이기고 싶지도 않다.


그 승부에 대한 나만의 의미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정신승리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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