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이 공간은 12월에 브런치 승인 되고, 막 글을 올리기 시작한 브런치 입문러의 연습장이다.
'연습'이라는 단어가 주는 조금은 편한 느낌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연습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듯이, 마음 편히 끄적일 수 있는 글쓰기연습장을 만들고 싶었다.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이 참 많았는데, 막상 이 공간에 들어서니 의욕에 비해 자꾸 움츠려 들었다.
그동안 쓰고 싶은 글만 주저리주저리 써왔지,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은 딱히 없었다.
처음으로'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을까? 무슨 소리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을까?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이 되고 있는 걸까?' 온갖 의문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글을 쓰기보다 다른 사람 글과 목차, 구성을 쇼핑하듯 구경하기 바빴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첫 발을 잘못 내딛게 된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볼 때와 시선이 달랐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그리 신박한 제목을 짓고, 목차를 구성하는 걸까?
우리나라사람들은 모두 작가 DNA가 있는 걸까? 나만 없나?
평소 타인과 비교를 잘하지 않던 내가 시험을 보기 전 불안함에 계속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듯 비교를 멈추지 못했다. 글을 많이 써야겠다는 좋은 자극으로 소화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무거운 돌덩이가 하나 얹어진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아무리 마음대로 쓴다 해도 결국 누군가 읽는 글이기 때문에 글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 잘 쓸 필요는 없어도 가독성은 좋아야 하지 않나?
공개 글을 쓰면서 진짜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과 가독성을 갖춰놓고
'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갈등은 글에 대한 책임과 달리 마음 한 구석에선,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갈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탓이다.
'글을 쓰고 싶다'
일기를 쓰던 유년기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온 소망이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였지, 업으로 하고 싶다는 본격적인 생각은 얼마 안 됐다. 에세이를 좋아했지만, 내가 에세이를 쓰고 싶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에세이는 나의 경험과 사유를 담아 쓰는 글인데, 그리 특별한 경험도, 생각도 없는 나는 에세이를 쓸 무언가가 없다고 단정 지었다. 내 이야기는 일기면 충분하다 여겼다.
조금씩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한 후부터다. 어느 플랫폼이든 공개글보다 비공개글이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써둔 글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직접 쓴 글에 대한 애정도가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소심한 주인덕에 늘 어두운 창고에 처박혀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브런치 작가 신청 2번째에 겨우 승인 메일을 받았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브런치 승인 메일을 받고 결심했다.
"쓰고 싶은 글 몽땅 다 써야지."
"공개되는 글이지만, 나를 위해 쓸 거야."
내 공간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떠도는 생활을 하다가 새 집에 입주한 기분.
한동안 그 기분에 취해있었다. 승인이 난 후, '작가의 서랍'에 써둔 글을 확인했다.
'이상하다.. 이 글이 원래 이랬나?'
왠지 이상하다. 도저히 못 쓰겠다. 마치 창고에서 낡고 먼지 쌓인 물건을 하나씩 꺼내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먼지를 털고 윤기를 내봐도, 이미 봐버린 낡은 잔상이 머리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는 심각한 자기 검열 늪에 빠져버렸다. '마음대로 써라'는 것은 '시험이 내일이지만 마음 편히 놀아라'는 말 같았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도, 내 글에 자신이 없는 탓도 한몫했다. 작가의 서랍에 글이 쌓일수록 발행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배가 됐다.
언제 발행하지?
이 정도면 발행해도 되나?
빨리 아이들을 내보내고 싶은 조급함과 강해진 자기 검열은 늘 부딪혔다. 다른 사람들은 연재글도 잘 쓰고, 글도 편하게 쓰는 것 같은데 나만 동떨어진 느낌.
외골수 같은 성격은 이럴 때 딱히 도움도 안 된다.
내 공간인데.. 내 공간이 아닌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비공개글만 쓸 수도 없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누군가에게 글을 내보이고 싶은 욕심도 함께 하니까.
친구한테 얘기했다가 "그럼 어쩌자는 건데!" 하고 욕만 먹었다. 미안..
하루에 글 1개씩 1년이면 365장이다. 365개의 글이 모이면 뭐라도 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 만든 연습을 위한 공간, [브런치 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을 만들었다.
'브런치입문러'라는 정체성은 왠지 '초보운전'딱지처럼 조금은 당당히 뻔뻔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습장'은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붙였다.
이름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이 공간은 내가 브런치 글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 글쓰기가 힘들 때 징징 거리기, 문득 든 짧은 생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글들을 모아놓을 생각이다.
그런 글은 작가의 서랍에 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미완성의 많은 글이 쌓여있어 그만 쌓고 싶다.
이것은 나를 위한 다짐이자 의지다.
욕심을 내려놓고 일단 많이 쓰자는 결심.
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손질하고 광을 내서 좀 더 좋은 세상에 당당히 낼 것이다.
언젠가는 브런치 연재도 해보고, 목차를 제대로 짠 브런치 북도 발행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