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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Jun 29. 2024

[전시] 리얼 뱅크시

just my feeling 전시후기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약 400미터 도보.

티몬에서 문자가 왔다.


"얼리버드 티켓 유효기간이 6월 30일까지입니다."


어이쿠.. 5-6월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야지'생각만 하다 미뤄놓은 전시티켓이 곧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 무조건 이번주에 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위치와 주변 갈만한 곳과 맛집을 부랴부랴 검색했다.

전시장을 간 김에 갈만한 곳을 묶어 가면 좋다.


이번 코스는,


안국역 '그라운드서울' [리얼뱅크시] 전시 -> 이문설렁탕 (도보 5분 거리 300미터) / 백 년 가게/미쉐린가이드)  -> '기와탭룸'에서 맥주 한잔 -> 정독도서관 방문 (도보 8분 500미터) -> 귀가


#전시장 [그라운드서울]

그라운드 서울은 '안국역'에 있다. 안국역 6번 출구에서 도보 400미터
그라운드 서울 입구

전시장은 [그라운드 서울]이다. 전시관람을 취미생활로 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전시장을 구경 가는 일이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전시장은 늘 익숙한 장소, 익숙한 생활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 나한테 필요한 자극이다. 근처 가볼 만한 곳이나 맛집을 묶어서 다니는 건 마치 당일치기 여행처럼 설렌다.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뱅크시


뱅크시를 엄청 좋아하거나, 잘 알진 못한다. 유명세만큼 아는 정도가 딱 맞겠다. 그가 작품에 새긴 메시지를 이해하고 싶은 적도 별로 없었다. 사회 비판적 예술이 드문 일도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작품보다 뱅크시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베일에 싸인 인물. 굳이 도망 다니면서까지 벽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궁금했고, 자유로우면서 굳건한 심지가 내심 부러웠다.

B가 잘려버렸.....

# '왜 대중은 뱅크시에 열광하는가'


뱅크시를 좋아하지만 늘 궁금했다.


'단지 벽에 그린 그림에 왜 대중은 열광하는 걸까?'

'그림을 잘 그리지만, 이 정도 인기를 만든 원인은 뭘까?'


무엇이 미술에 문외한인 나조차 알만한 유명인으로 만들었을까?



"(...) 그가 선택한 '무명-실체가 없는', '불법적인', '임시적인'활동 형태로서 그는 작가의 명성, 예술의 자본화를 거부하는 대신 '관객'을 호명한다(...)"


베일에 쌓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명성과 돈보다 관객을 선택하고,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표현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임시적인 활동'을 선택한 인물.


세 가지를 조합해 볼 때 가면을 쓰고 백성을 돕는 의적 이미지가 생성된다. 어지럽고 힘든 세상에서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이것만으로 답이 될 수 없었다.

이번 전시 목적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95년 인터뷰 중

"(...) 난 갤러리 전시, 제대로 된 전시를 하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고, 내 작품을 더 정당하게 만들기 위해 갤러리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요. 술집에 가서 누군가 제 작품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맥주 한 잔을 사거나 제 작품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작품의 가치는 돈에 있지 않아요.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고, 비평가를 위해서도 그리지 않아요."


2000년 인터뷰 중

"어떤 사람은 그라피티가 어디에나 있고 많은 그라피티가 보기 흉하다고 말합니다. 그건 보기 흉하라고 만든 거죠. 사람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길거리에 낙서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어떤 디테일을 넣을지 얼마나 많은 디테일을 넣을지 등이 있어요."

"(...) 그는 끊임없이 공공영역, 거리와 시위의 현장에 나가 무명의 - 정체가 없는 예술가의 신분으로 그라피티를 한다. 한시적으로 존재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발언하는 그의 작업은 '예술가'가 아닌 '관객'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예술계를 설득하는 작업이 아니라 대중을 설득하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관조적이고 수동적인 대중의 역할을 저항하라고 말한다. (...)"

# Answer 1. 비평가와 예술계가 아닌 관객을 향한 예술


뱅크시는 '폭력과 차별이 있는 전 세계의 현장을 고발하는 거리의 예술가'(출처:리얼뱅크시 전시소개 글)다.

그는 자본주의 발판 위에 서있는 권위 있는 자가 아닌 철저히 관객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 서 있는 세상이 화려한 조명으로 그늘을 가려버린 놀이공원일 수 있다고 외친다. 일방적일 수 있지만 정확히 관객을 향한 확고한 외침은 울림을 만들고, 관객은 그의 호출에 응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호불호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소 거칠고 직접적인 방식. 마주하기 싫은 민낯.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충분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전부 이해할 순 없지만, 예술가보다 혁명가에 더 가까운 굳은 신념이 있고, 자신의 철학에 맞게 예술가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애를 쓰는 모습이 조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Answer 2. 뱅크시의 퍼포먼스, 그리고 언행일치

소녀의 표정을 자세히 보면 화가 나 있다.


뱅크시를 말할 때, 이 사건을 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퍼포먼스로 기록됐다.

권위 높은 소더비 경매장에서 무려 304억 달러에 낙찰받은 순간, 원본은 파쇄됐다.


"(...) 그는 예술계 기득권이 가진 엘리트주의가 예술의 자본화와 결합하는 것을 겨냥하며 주요 미술관과 경매장을 해체하는 활동을 수차례 성공시켰다. (...)"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단순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했다. 반항아적 태도에 불과한, 이미 성공한 인물이 보여주는 조금은 건방진 일탈로 치부했다.

그 행동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행보에 집중해야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뱅크시가 그의 가정용품 브랜드 GDP(Gross Domestic Product)의 정식 론칭을 알렸다. (...) 모든 제품은 영국에서 발생한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 뱅크시가 '직접'제작했다. (...) 모든 판매 수익금은 난민을 위해 쓰였다. (...)" 

"요즘 내 작품이 가져다주는 돈이 나를 좀 불편하게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죠. 징징댈 것 없이 그냥 모두 나눠주면 돼요. 내가 세상의 빈곤에 대한 예술을 만들면서 그 돈을 혼자 다 쓸 수는 없다고 봐요. 그건 내게도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죠."

"(...) 이 경매에서 거둔 수익은 모두 장애인 재활을 돕는 베들레헴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 그 돈은 무기 거래 반대 운동과 인권단체 리프리브에 전달되었다."

"(...) 판매금 20만 파운드를 2010년 러시 보이나에 기부했다."

"(...)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단체 사이트세이버스에 5000파운드를 기부했다."


뱅크시의 메시지와 신념은 진짜였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아주 귀한 '진짜'였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 모른다. 돈이 그렇게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돈이 많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이때부터 작품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행복한 헬리콥터
폭탄을 안고 있는 소녀
방탄조끼를 입고 있는 아이들

나는 전시를 보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품었고, 나만의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깨달았다.


답을 찾으려다 설득당해 버렸다고.

그의 외침이 나한테까지 전달됐고.

전시를 보러 가기 전 뱅크시와 모두 본 이후가 달라졌다고 말이다.  


뱅크시는 단순한 그라피티 예술가가 아니다.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대중의 예술가’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는 설명된다. 그의 메시지가 단순히 예술을 넘어서 현실 세계에 대한 저항으로 다가오는 순간, 대중은 뱅크시의 외침에 응답할 수밖에 없다. 전시를 보고 나니, 그가 왜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

뱅크시는 어렵다.

감상을 쓰는 일도 어렵다.

하지만 매력적인 인물이다....


-전시 연출도 마음에 들었다. 전시는 지하 4층에서 시작해서 지하 1층까지 올라가면서 관람하는 방식이다.

올라가는 계단. 운동시키는 전시라니 훌륭하다.....
왜 이 전시가 계단을 오르면서 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정보

2024년 05월 10일(금) ~ 2024년 10월 20일(일) 10시 ~ 19시
* 입장마감 18시
* 추석 당일 휴무 (9/17)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1139080?information=show

전시소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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