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따 밴드 <돌멩이>
초등학교 시절, 주말 오후마다 우리 집엔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나는 만화영화를 보고 싶었고, 아빠는 야구를 보고 싶어 했다. 리모컨을 사이에 둔 눈치 싸움은 늘아빠의 승리로 끝났다. 야구를 틀어놓고도 나를 달래야 했던 아빠는 하나하나 친절히 야구를 가르쳐주셨다방망이로 공을 때리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선수들이 달리는 생동감. 룰은 몰라도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홈런이 터질 때마다 환호하던 아빠를 따라 나도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만큼은 아빠와 함께 노는 것 같아 행복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야구의 세계에 들어섰고, 30년 가까이 나는 야구팬으로 살고 있다.
결혼 후에도 야구는 나를 따라왔다. 퇴근 후 남편과 야구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신나게 응원하는 시간은 고단했던 하루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나만의위로였다.
몇 년 전, 야구 중계가 끝난 뒤 올라가는 자막과 함께 흐르던 노래가 마음을 붙잡았다.
"아등바등 거리는 나의 삶을 위해서,
내 맘 둘 곳 찾아서 난 길을 떠난다."
짧은 소절이었지만 가사가 귀에 박혔다. '이 노래, 뭐지?' 궁금했지만, 귀찮아서 늘 흥얼거리다 끝냈다. 어느 날 '오늘은 꼭 저 노래 제목을 알아내겠다'라고 마음먹고, 야구 중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얼른 핸드폰을 들이밀고 노래를 검색했다.
가수는 ‘마시따 밴드’, 노래 제목은 <돌멩이>
“나는 돌멩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노래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여기저기 부딪히는 돌멩이가 마치 나 같았다. 일상이라는 파도에 치이면서도 어떻게든 굴러왔던 내 모습.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는 그 가사가 위로처럼 느껴졌다. 돌이 새처럼 날지 못한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하늘을 날지 못한들 어때. 흙에 묻혀도, 다시 굴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갈고 닦여 보석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이후 노래방 18번 레퍼토리로 부르며, 삶이 고될 때마다 찾는 위로곡이 됐다. 오랜만에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생각한다. 돌멩이처럼 굴러가는 나의 삶도 나쁘지 않다. 어쩌면 지금 나는 열심히 갈고닦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리저리 치이고 넘어져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고 믿으며, 나는 고단한 하루를 묵묵히 지나간다.
어디 보자. 어디까지 굴러갈지, 얼마나 반짝이는 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돌멩이> 마시따 밴드
흙먼지가 날리고 비바람이 불어와
뼛속까지 아픈데 난 이를 악문다.
아등바등 거리는 나의 삶을 위해서
내 맘 둘 곳 찾아서 난 길을 떠난다
나는 돌멩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내 꿈을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마음껏 하늘을 날고 싶어
굴러, 난 굴러간다
내 몸이 부서져 한 줌의 흙이되도
굴러 난 굴러간다.
내 사랑 찾아서 내 꿈을 찾아서
머뭇거릴 새 없이 모두 지나버렸어
시간이라는 놈은 피도 눈물도 없어
구르고 또 굴러서 멍 투성이가 돼도
세상 끝에 홀로서 당당히 선다
나는 돌멩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내 꿈을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마음껏 하늘을 날고 싶어
굴러 난 굴러간다
내 몸이 부서져 한 줌의 흙이되도
굴러 난 굴러간다
내 사랑 찾아서 내 꿈을 찾아서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
이젠 나의 길을 가는 거야
멈추지 마
멈추지 마
멈추지 마
꿈꾸는 돌멩이
달려라 돌멩이 날아라 돌멩이
굴러 난 굴러간다
내 몸이 부서져 한 줌의 흙이되도
굴러 난 굴러간다
내 사랑 찾아서 내 꿈을 찾아서
랄라랄라랄라
랄라랄라랄라라
랄라랄라랄라 힘내라 돌멩이
<출처: 네이버 노래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