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슴 뛰는 일이 그립다.

일상 속 짧은 파편

by 감정 PD 푸른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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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이 요즘 연애에 푹 빠졌다. 한참 동안 연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나는 조용한 감상자가 되어 있었다.


"진짜 사랑을 만난 것 같아!"


30대 후반에 찾아온 설렘에 입이 귀에 걸린 동생은, 날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분이라며 웃는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표정도, 말투도, 분위기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게 좋으냐... 네가 좋으니 나도 좋다."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연애는 무척 매력적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산책이나 갈까?" 했더니, 단호한 거절이 돌아왔다.

"데이트 가야 돼"

"쳇, 그래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아쉬움을 담아 웃었지만, 동생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분명 이야기를 들을 때는 대리만족도 되고 좋았는데, 왜인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이 감정은 뭐지? 무슨 기분이지?'

터덜터덜 걷다가 문득 단어 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부러움.


"왜? 왠 부러움?"

나이 들어 주책이군. 연애가 부럽다니.


가끔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연애 시절이 떠오른다.
지난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스위치다.


"행복할 때였지. 나도 참 좋았는데..."


그리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미묘한 웃음이 났다.

왠지 민망함에 혼자 웃으며 걷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 내가 부러운 건 연애 자체가 아니구나.'


저토록 가슴 뛰는 일이 없다는 것.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그 설렘 가득한 '오늘'이 부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오늘'을 기록하기로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는 오늘이,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하루가, 그저 흘러가는 내 삶이 가엾다.

글이 별 볼 일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그때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 시절엔 이런 감정을 느꼈지."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추억 한 줌을 건져 올릴 수 있는 작은 흔적이 된다.


물론 글을 쓰는 건 즐겁다. 좋은 소재가 떠오르면 얼른 글로 남기고 싶어 두근거린다.

글은 나의 히스토리이자, 또 다른 나이고, 때로는 감정 배출구가 되어 준다.

하지만 글도 일상이 되고 나면, 그 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꿈꾸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정체 모를 ‘무엇’을 찾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든 삶 속에서 가끔 욕심이 난다.


아직은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살아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으며 살면 좋겠다.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느새, 아까의 감정은 바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오늘로 복귀한다.


그래. 어쨌든 나는,


오늘이 어떤 날이든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동생아, 너라도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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