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독서를 시작할 때, 나의 독서법은 늘 막연했다. 그저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들고, 읽고, 덮으면 끝이었다. 당연히 책 속의 내용은 금세 흩어졌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목적 독서’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나의 독서 방식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적 독서는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이유와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시작하는 독서법이다. 책 한 권을 손에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책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 책은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의 나열이 아니라, 나의 삶과 생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도구가 되었다.
목적을 세우고 읽기 시작하니 책을 읽는 동안 남는 흔적이 달라졌다. 이번에 글쓰기 책을 읽으며,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길렀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의 글쓰기 습관과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배우는 동시에, 내가 놓치고 있던 나만의 글쓰기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거나, 떠오른 생각을 바로 적어두었다. 한 분야의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저자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방법과 새로운 시각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내가 적용할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였고, 그렇게 나만의 글쓰기 자료가 하나둘 쌓여갔다.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책과 소통하고, 책이 나에게 남긴 영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목적 독서를 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단순히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독서를 통해 배운 것을 글로 정리하는 순간, 책의 흔적은 내 삶에 더 깊고 오래도록 남았다.
또한, 내가 걸어온 길이 하나의 단계로 보이기 시작했다. 흔적들이 쌓여가며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게 되니, 독서는 더 이상 결과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물론, 목적 독서도 단점이 있다.
첫째, 책을 선택하는 일이 까다로웠다.
둘째, 같은 주제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지겨움이 있었다.
셋째, 자꾸 다른 책에 손이 간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독서의 목표와 방향을 잡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며 흔적을 남기는 행위의 장점으로 충분히 상쇄되었다.
이번 연말까지 글쓰기 책 20권을 읽겠다는 도전은 실패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나는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이번 도전에서 얻은 것들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성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시기와 계획을 조금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새로운 시도를 인정하기
목적 독서를 싫어하던 내가 도전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본질에 집중하기
중요한 것은 권수를 채웠는지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얻었느냐는 것이다.
실패에서 얻은 성공
이번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이 있었으므로, 이 실패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절반의 성공이었다.
내년에도 나는 목적 독서를 이어갈 것이다. 아니, 꾸준히 계속할 것이다. 단순히 미션을 성공하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목적 독서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책을 목적 독서로 읽어볼 계획이다.
늘 결과만 보느라 과정은 등한시했던 내가 과정 즐기는 법을 깨달았다.
이것이 이번 목적독서의 가장 큰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