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필사
우연히, 필사 7일째.
7일까지 온 것도 기특하다.
필사와 함께 매일 기록을 남기고 있다.
사실 매일 기록할 줄 예상 못 했다.
처음 필사의 매력을 느낀 날, 그 감정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첫 글을 쓰고, 다음 날도 필사를 했다.
생각보다 이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또 썼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우연히 시작한 필사가,
우연히 기록으로 이어졌다.
솔직히 매일 기록할 자신은 없다.
필사는 같은 행위의 반복이고, 감각은 언젠가 무뎌질 것이다.
그땐 이 기록이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
할 말이 없는데도 꾸역꾸역 남기려다 억지로 짜낸 글이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계속해 보려 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더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머리를 쥐어짜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유는 단 하나, ‘기록’ 때문이다.
필사와는 또 다른 의미로, 내겐 숙제 같은 존재.
기록을 잘하는 작가들이 부럽다.
사소한 순간도 의미 있게 포착해 내고, 쌓인 기록이 많을수록 글은 더 생생하다.
그 힘을 알고도 나는 기록과 거리가 멀었다.
일기를 쓴 적은 있지만, 쓰다 말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절반은 희미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평소 상상과 잡념이 많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생각이 폭발해도,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 휘발된다.
"기록해야지." 수없이 다짐해도 순발력이 부족한 모양이다.
생각은 많은데, 기록은 습관이 없다.
필사를 하면서 우연히 시작한 기록이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필사는 이제 내 하루에 확실한 지분을 차지할 테지만,
<처음 필사를 시작한 날부터 습관이 될 때까지 100일의 과정>을 남기고 싶다.
'나를 위한 기록'
나중에 이 기록을 다시 본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필사를 하며 드는 생각들이 주를 이룰 테니, 일종의 필사 일기가 되겠지.
부끄럽지만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해 성공한 적이 없다.
이번엔 끝까지 가보고 싶다.
혹여 또 시들지라도.
그래도 해보고 싶다.
내 유일한 장점은,
작심삼일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필사 100일,
필사 기록 100개.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