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삶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40대에 겪는 변화들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닌 것 같아.

by 감정 PD 푸른뮤즈

즐겨보는 예능 중 하나, <나는 솔로>.

예전 <짝>의 포맷을 떠올리게 하는 남녀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다.

남녀 출연진이 며칠간 함께 생활하며 오롯이 ‘짝’을 찾는일에만 집중한다. 마지막 날, 최종 선택을 통해 커플이 탄생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자들이 자율적으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연애하는 방식이다. 방송이 이어질수록 실제 커플은 물론 결혼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지며, 후속 콘텐츠까지 제작되고 있다. 한 편의 리얼 연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 그래서 더 재밌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깊었던 회차는 7기, 40대 특집이었다.


반전 드라마 시작


40대 기혼자인 내가 바라본 <나는 솔로 :40대 특집>은, 2- 30대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현실적이다.

연애 경험은 많지만, 그만큼 다친 기억도 많다. 그 상처들은 쉽게 아물지 않았고, 그래서 다시 마음을 여는 일이 두렵다. 설렘보단 계산이, 도전보단 망설임이 앞선다. 열정보단 안전을 택하게 되고, 잃을 것이 많아질수록 용기는 작아진다.


제작진도 이런 40대의 특성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래서 연애에 소극적인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입도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사랑을 찾기엔 '너무 신중한' 출연자들. 결국 7기에선 절절한 러브 스토리도, 삼각관계의 짜릿함도 없이 단 한 커플도 탄생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조용하고 담담한 마무리.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던 순간, 반전이 찾아왔다.

초반엔 주목받지 못했던 한 여성 출연자.

그녀는 ‘동종업계 남자는 만나지 않겠다’는 뚜렷한 신념을 끝까지 고수했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가치관이 마지막 순간 흔들렸고,그 깨달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 용기는 방송이 끝난 후, 그녀를 인생의 가장 강렬한 사랑으로 이끌었다.


오래된 신념은, 마치 나 자신과도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치관은 단단해지고, 세상을 보는 내 방식이 정답이라 믿게 된다.

하지만 그 정답이, 사실은 오래된 오답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내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확장된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늘 미뤄왔다.

누군가 제안을 해도 “아직은 아닌 것 같아”라며 피했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애써 외면하며 다음으로 미뤘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완전한 준비가 중요하다고 믿었고,그 믿음이 오래된 신념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다.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걸.


올해부터 마음을 바꿨다. 하면서 배우는 쪽을 택하기로. 두려움과 부족함이 여전해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독서지도를 시작했고,
조금씩 나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좌충우돌 험난한 시간이지만, 확실히 하면서 배우는 쪽이 빠르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신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삶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진다.
변화는 그렇게, 느리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7기의 감동은 단순히 ‘사랑’이 아니라,
“마음을 열면, 삶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가장 울림 있었던 건, 예상치 못한 커플의 고백이었다.


“이 나이에도 미친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준 그 사람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벅차게 다가온 고백.
고맙다는 한 마디에 담긴 간절함과 깊이는 이전의 상처와 꺼졌던 감정들까지 품고 있었다.


40대라고 열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불씨가 약해 쉽게 타오르지 못할 뿐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지 모를 감정이기에, 더 간절하고 더 뜨겁다.


변화는 나이와 상관없다.


마음을 열면, 사랑도 삶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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