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와 글쓰기 훈련 중 (1)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요즘 GPT와 함께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오래된 글쓰기 습관을 고치고 싶었다.


그저 마음만 쏟아내는 글.
쓰고 나면 후련하지만
공개 버튼을 누르고 나면 어딘가 찜찜한 글 말고,
조금 더 단정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훈련.

‘대사 5개만으로 장면 만들기’
‘감정 하나를 골라 5–6줄로 쓰기’

대사만으로 장면을 만드는 훈련은 이렇다.
예를 들면
‘헤어진 연인이 택배를 돌려주러 와 현관 앞에서 마주친 장면’이라는 주제를 GPT가 던진다.
나는 그 상황에 맞는 대사만 써본다.

연습의 목적은 단 하나다.

대사만으로 장면이 보이게 하는 것.


‘감정 하나를 골라 5–6줄로 쓰기’는
GPT가 제시한 감정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해 짧은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기쁨’이라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장면이나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


두 훈련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말로 설명하지 않기.


내 고질적인 습관 중 하나는 모든 걸 말로 설명해 버리는 글쓰기였다.
그게 편했으니까.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건 이런 거고요.
저건 저거고요.
그래서 이런 감정을 느꼈어요.”


나쁘다기보다 가장 고치고 싶었던 습관이었다.

그냥 계속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고질적’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이미 손에 너무 익어버린 상태였다.
인지해도, 조심해도 소용이 없었다.

점점 내 글이 싫어졌고 글쓰기가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고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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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훈련 두 개, 총 10줄. 길어야 30분.
한 번 쓰고 GPT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내가 정해둔 기준표로 점수를 매긴다.
기준에 못 미치면 다시 쓴다.
그리고 또 피드백을 받는다.


1월 10일부터 시작했는데
첫날, ‘대사로 장면 만들기’ 훈련을 통과하는 데 네 번이 걸렸다.

오기가 생겼다.
저절로 튀어나오는 ‘설명’에
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이걸 설명 말고 장면으로 하려면?’
‘여기서 직접 말하지 않는 방법은?’
‘조금 덜 흔한 상황은 없을까?’
‘다음 대사는 어떻게 받아쳐야 재밌을까?’


머릿속에서 계속
‘아냐, 다음.’ ‘이것도 아니야.’라는 소리가 났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글은 말을 뱉듯 흘러나왔다.
떠오르는 말을 손으로 받아쓰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이 훈련이 낯설었지만 습관이 조금씩 붙으니 이제는 제법 재미있다.
스스로 오답노트를 만들며 공부하는 기분이다.


이 훈련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글을 더 많이 쓰고,
좋은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전반적인 실력을 키우는 일이라면
이 훈련은 유독 약한 부분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느낌이다.


오답투성이인 내 글을 처음으로 제대로 갈고닦고 싶어졌다.

그저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쓰던 내가
이제는 조금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조용히,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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