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입문러의 독서노트]
"'내 인생이 이럴 리가 없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뭐 이 정도면 됐지'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중에서 -
독서노트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마스다 미리 에세이'
며칠 전 우연히 다시 펼쳐 본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가
내 안의 무언가를 툭 하고 건드렸다.
그녀의 책을 하나하나 다시 읽고 싶어졌다.
기록을 남기고, 문장을 옮기고,
그 속에서 내 일상의 결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원래 '에세이 모음' 폴더가 있었다.
가벼운 문장, 마음에 남는 구절 몇 줄을 적어두는 곳.
마스다 미리라는 이름으로 따로 폴더를 만든 건,
그녀의 세계를 따라 조용히 걸어가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오늘 도서관에 가면서 미리 결심했다.
"이번에 마스다 미리 책을 다 봐야지"
추석 연휴 도서관 이벤트로 대출 두배 행사가 아쉽게도 끝났다.
책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를 집었다.
나는 금방 지루해하는 편이라
한 작가의 책을 몰아서 읽는 일은 드물다.
아마 인생을 통틀어 네번째.
조지오웰
김영하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마스다 미리
통일성 없어 보이는 이 조합이
이상하게 내 취향을 닮았다.
네 작가 모두,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속에는 현실인식이 숨어있다.
거창하지 않은 일상을 다루면서
삶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게 내게 닿는 결인 것 같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는
32살 서점 직원 '쓰치다'의 이야기다.
그는 책을 읽으며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통해 다시 책을 이해한다.
이 작품 속에서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소통의 매개이자, 인생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읽는 내내 질문을 떠올렸다.
책이란 내게 어떤 존재일까.
이 책에서 나온 질문처럼,
무인도에 간다면 나는 어떤 책을 가져갈까.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언제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런 질문을 꺼낸다.
큰 깨달음이 아니라,
조용한 반성처럼 다가오는 물음들.
그녀의 문장은 언제나 느릿하고
그림은 담백하다.
자극적인 사건 하나 없지만,
그 덤덤함 속에서 마음이 묘하게 흔들린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더불어 내일의 나도.
핸디 터미널로 삐익 하고 찍으면
(핸디 터미널: 책 바코드를 삐익 하고 찍으면 판매 순위를 알 수 있는 기계)
여전히 같은 순위일까.
인간의 순위를 알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나는 어느 부근일까.
아니, 기준은 뭘까
책이라면 단순히 판매량이지만
설마 연봉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군.
그리고 나는,
나는 그 기계로 타인의 순위를 알아보고 싶은 건가"
"인생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인간은 책 따위 안 읽지 않을까?
아무것도 찾을 필요가 없다.
알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언제 까지든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나의 집으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은
하룻밤을 자고 다시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늘 비슷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다.
같은 색 안에서도
그날의 '나'에 따라
다른 온도로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에 마음 먹었다.
'마스다 미리 독서노트'를 만들어보자.
그녀의 문장과 함께 내 생각을 필사하듯 옮겨 적고 싶다.
그건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나의 삶을 천천히 되짚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