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브런치 입문러의 독서노트]

by 감정 PD 푸른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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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를 다시 빌렸다.

예전에 읽은 책인데, 연휴에 가볍게 다시 읽고 싶었다.

마스다 미리 만화는 늘 그렇다.

투박한 그림체와 덤덤한 감정이 희한하게 마음에 쉽게 와닿는다.

과장이나 가식도,

자극적인 에피소드와 전개도 없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읽고 나면 오래 머문다.


예전엔 그냥 잔잔하다고만 느꼈는데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다시 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다르게 와닿았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게 아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조용한 위로와 따듯함이 있다.


금세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만화지만

대사 하나, 그림 하나를 꼭꼭 씹어 음미하듯 읽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은 가을밤처럼 느껴진다.

조용하고, 따듯하고, 괜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상 깊은 장면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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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자기 자신과 얘기하며 살고 있다.

이는 친구 한 명을 데리고 태어났다는 것이며,

그 친구는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줍니다"


마스다 미리는 혼잣말을 하다가

'또 하나의 나'를 함께 태어난 존재이자 평생 함께할 친구 같다고 표현한다.


나도 그렇다.

혼자 중얼거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말로 감정을 내보내면 무게가 가벼워지고,

가볍게 정리된 감정은 종종 글이 된다.


오랜 감정 해소법.


또 다른 나는,

그저 내 감정을 아무 불만 없이 듣기만 하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함께 태어나고 평생 함께 한다'는 의미를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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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내 고민은 뭐지?

그렇게 물어보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어쩌면 그건 고민이 아니라 막연한 불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면 편해질까 생각했지만

편해지지도 않았고 고민도 불안도 아닌 무언가가 내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기분입니다."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세상살이가 힘들다 느낄 때가 있다.

왜 그런지 몰라도 늘 따라붙는 불안이 있다.

이 대사를 보고 공감이 됐다.

'괜찮아, 다들 그래' 하고 어깨를 툭 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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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나.

그 시절의 나도 나인데

마치 없었던 것처럼

평상시에는 어른으로 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사회 속 '어른'이라는 옷을 입고 산다.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인데

언제부턴가 '나답게'보다 '어른답게' 사는 게 더 익숙해졌다.


'언제쯤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책을 덮고 오래 오래 머무른 질문.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언제나 '거창하지 않은 삶'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느끼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감정들.

살짝 쓸쓸하면서도 이상하게 따듯한 일상들.


인물들은 늘 자기 자신과 조용히 대화하며 살아간다.


그 모습이 특별하다기보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오래 남는다.


미처 언어로 붙잡지 못한 마음의 틈새를

짧은 한 컷, 한 문장으로 정확히 짚어낸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읽으면

"아 나도 그랬는데" 하며 슬쩍 나의 마음을 두드려본다.


누구보다 소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나답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되묻게 된다.


그 질문이 스치듯 남아있을 때

이 만화를 다시 꺼내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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