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건축가를 감동시킨 인생 공간: 조성익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금요일 저녁, 도서관 무료 강연을 다녀왔다.


<건축가를 감동시킨 인생 공간: 조성익 작가와의 만남>


작가님도 낯설었고 건축이나 공간도 전혀 새로운 주제였다.

무료 강연의 좋은 점은 여기에 있다.

관심 분야든, 전혀 모르는 분야든 부담 없이 접해볼 수 있다는 것.

이번엔 글쓰기 말고 다른 주제를 들어보고 싶어 신청했다.

사실 '인생 공간'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끌었을 뿐, 당일까지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낯선 지식을 만나는 기회라 여겼다.


장소는 <데시앙 포레 숲 속 작은 도서관>

규모는 작았지만 분위기는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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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64884624.20240522071035.jpg 출처: 네이버 도서


조성익 작가님은 현재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이자 건축가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전자책으로 책을 검색해서 조금 읽었다.

건축이 아니라 '공간+인문학+에세이' 조합이라 쉽게 읽혔고,

타인의 특별한 공간 기록을 엿보는 듯 흥미로웠다.

낯섦이 조금 친숙함으로 바뀌는 순간, 강연이 시작됐다.


첫 번째 사례는 빌 게이츠의 'Think week'.


첫 사진은 '빌 게이츠의 뒷모습'이었다.

그의 유명한 'Think week'.

1년에 2번, 일주일씩 작은 오두막에 들어가 세상과 단절하고 책만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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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오두막, 오른쪽은 실제 빌 게이츠 집

호화로운 집을 두고 그는 왜 작은 오두막이 필요했을까?

그 질문 속에서 강연의 주제가 드러났다.


누구에게나 인생 공간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에게 오두막은,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지식을 채우는 장소였다.

즉, 몰입과 집중을 위한 사고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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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은 휴양지나 호텔은 '사고 감옥'이 될 수 없다.

눈길을 빼앗는 게 많으니 집중은 흩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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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비워져야 생각이 채워진다'


한동안 유행했던 미니멀 라이프가 떠올랐다.

삶이 간소해야 진짜 집중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는 의미와 맞닿는다.

그렇지만 집은 온전한 집중이 힘들다.

몰입하다가도 금세 '바닥 청소 언제 했더라?' 같은 잡생각에 끊기고

빨래 소리, 초인종 소리 등 사소한 일에 계속 흔들린다.


그래서 나도 종종 집을 나서지만 아직 인생공간을 찾진 못했다.

운 좋게 조용히 집중할 장소를 찾을 때도 있지만

허탕치고 돌아올 때도 많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목마름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작가님도 빌 게이츠의 think week를 따라 제주도로 향했다고 한다.

'오피스 제주'라는 곳인데,

1층엔 공유 오피스 공간 2층은 숙소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집중에 도움이 됐다고.

그래도 식도락은 포기를 못하셨다는 말에 모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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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두 빌 게이츠 오두막을 꿈꾸지만,

누구나 가질 순 없다.

그래서 인생 공간을 주변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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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례는 찰스 다윈의 Thinking Path (산책로)


찰스 다윈은 대저택 대신 집 앞 작은 산책로

Thinking Path를 인생 공간으로 삼았다.

40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길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걸으며 사유의 힘을 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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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빌 게이츠의 전용 오두막일 필요는 없다.

생각을 비우고 정리하는데 정말 필요한 건,


전환


즉, 잠깐 책상에서 일어나 집 밖을 서성이는 시간.

노트북 화면에서 초록 초록한 풀과 선선한 바람으로 시선을 옮기는 환기.

그것이 사유에서 진짜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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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힘을 느낀 적이 있다.

점심 후 집 앞 산책로를 걷고 들어와 앉으면 개운했다.

저녁엔 잠깐 계단을 오르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단순한 전환만으로도 집중이 달라지는 걸 체감했다.

오늘 강연을 들으며, 다시 그 습관을 시작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세 번째 사례는 'Le Corbusier(르코르뷔지에)'의 작은 통나무로 된 집


근대 건축 거장 'Le Corbusier(르코르뷔지에)' (나는 오늘 알게 된 거장이다..)

그는 Villa Savoye라는 근대 건축의 아이콘을 설계했지만

정작 자신은 통나무로 대충 지은 작은 집에서 살았다.

특징은 주방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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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신경 쓰지 않고 집중을 지키려 한 것.

문 하나로 작은 식당과 연결해 배고프면 바로 해결하도록 만든 장치였다.

격하게 공감했다.

나 역시 배고프면 배터리 방전처럼 집중이 끊기니까.

그때그때 재료에 맞게 만들어주는 식당이었으니 메뉴 고민도 필요 없고, 얼마나 편했을까.

오로지 생각하고 채우는 일에만 집중하기.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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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례는, 의뢰인의 취향이 담긴 세컨드 하우스

부곡 프라이데이.


마지막으로 소개된 공간은 작가님이 의뢰를 받고 지은 장소다.

주말에 머무는 세컨드 하우스로 의뢰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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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사진을 보고 모두가 '우와' 소리가 절로 났다.

한옥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 너무 멋졌다.

하지만 진짜 멋진 공간은 따로 있었다.


손만 뻗으면 책과 술이 있는 방, 그리고 툇마루.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을 상상을 하니 나도 언젠가 저런 공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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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공간

강연 말미, 작가님의 기록을 봤다.

30년간 여행하며 건축을 보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온 것이 책이 되고,

오늘 같은 강연으로 이어졌다.

기록이 어떻게 세계를 확장하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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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이 금세 흘렀다.

말씀도 유쾌하고 내용도 풍성했다.

올해 들은 도서관 강연 중 단연 최고였다.

관심 없던 주제가 이렇게 재밌다니.

작가님의 책을 읽고 싶어 졌고, 건축과 공간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이든 나의 세계를 넓혀주는 경험은 특별하다.

오늘 강연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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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커피숍일 수도 있고,

내 방일 수도 있고,

집 앞 공원 일 수도 있다.


강연을 들으며 '나의 인생 공간은 어딜까?' 생각해 봤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늘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산책로.

유독 집중이 잘 되는 커피숍,

요즘 부쩍 자주 찾는 도서관.

집 앞 도서관도 좋지만,

일부러 처음 가보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일도 흥미롭다.

특히 무료 강연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도서관과 지역을 가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신선하고 즐겁다.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도 저런 공간을 찾아보자"

"건축이나 공간도 조금 알고 보면 더 재밌겠다"

"어디 놀러 갈 때 정보를 조금 찾아보고 가보자"


들뜬 기분을 안고....

슈퍼에서 7900원짜리 와인을 사서

우리만의 뒤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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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겠다는 핑계도 참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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