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봇(Clawdbot)과 몰트봇(Moltbot)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나만의 AI 비서"가 현실이 되었다.
주말 취미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맥 미니 품귀 현상까지 일으킨 오픈클로(OpenClaw).
그 탄생 배경부터 보안 이슈, 그리고 AI 에이전트의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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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클로는 왓츠앱, 텔레그램, 디스코드, 아이메시지 등 평소 사용하는 메신저로 AI에게 명령을 내려 내 컴퓨터를 원격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자비스, 오늘 일정 정리해 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처리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오픈클로는 바로 그런 경험을 현실로 가져온 것이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24시간 깨어 있는 컴퓨터가 파일 정리, 영상 편집, 자료 검색 등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결과를 메신저로 보고해 준다.
기존의 AI 서비스들, 예를 들어 ChatGPT나 Claude 같은 서비스는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대화창에 질문을 입력하는 방식인데, 오픈클로는 평소에 친구와 카톡 하듯이, 내가 쓰던 메신저 앱에서 AI에게 지시를 내리면, AI 에이전트가 내 컴퓨터를 직접 움직여서 '내가 직접 컴퓨터 작업을 하듯이' 일을 처리한다.
2025년 11월, iOS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Peter Steinberger)가 주말 동안 재미로 만든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매번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대신, 내가 매일 쓰는 왓츠앱으로 AI와 대화할 수는 없을까?"
사실 이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해왔지만, 대부분 "언젠가 해봐야지" 하고 미뤄두거나 너무 복잡하게 만들려다 포기했다.
스타인버거가 다른 점은 일단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서 공개했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작동하는 것을 먼저 보여준 셈이다.
이 접근법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공개 2달 만에 순식간에 수천 명이 기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인터넷이나 YouTube에서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검색되는데, 처음에 재미로 지은 명칭이 여러 문제로 몇 번이나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AI 모델 '클로드(Claude)'와 바닷가재 집게(Claw)를 합친 이름. 출시 일주일 만에 폭발적 인기를 끌고, 덕분에 앤트로픽(Anthropic)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경고
바닷가재가 껍질을 벗는다(molt)는 의미로 급히 개명. 개발자가 트위터 계정 이름을 바꾸는 단 10초 사이에 사기꾼들이 기존 이름의 계정을 낚아채 "공식 코인 출시!"라는 가짜 공지를 올렸다.
인기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빠르게 사기의 표적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다.
2026년 1월 30일, '오픈소스' + '가재(Claw)'를 결합해 재정비. 보안 강화 후 새 출발
오픈클로의 인기를 이해하려면 기존 AI 서비스의 한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ChatGPT나 Claude 같은 서비스는 분명 똑똑하지만, 결국 '대화'에 머무른다.
"이 파일 정리해 줘"라고 말해도 AI는 "이렇게 정리하면 좋겠어요"라고 조언만 할 뿐, 실제로 파일을 옮기거나 이름을 바꿔주지는 못한다. 사용자가 직접 그 조언대로 행동해야 한다.
(최근 Claude Cowork 등, 일부 기능은 추가)
오픈클로는 이 벽을 허물었다. AI가 조언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한다.
평소 쓰는 메신저로 "영상 편집해 줘", "이 자료 찾아줘"라고 명령하면, 집에 켜져 있는 컴퓨터가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한다. 새로운 앱을 배우거나 만들 필요 없이, 이미 매일 쓰는 메신저가 AI 비서의 창구가 된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친구에게 부탁하듯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할 수 있다.
웹사이트 접속 없이, 내 컴퓨터가 24시간 깨어 있으면서 암호화폐 뉴스 모니터링, 영상 편집, 데이터 수집 등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6시에 뉴스 요약해서 보내줘"라고 한 번만 설정해 두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메신저에 뉴스 요약이 와 있다. 마치 24시간 근무하는 비서를 둔 것과 같다.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내 컴퓨터 안에서 모든 데이터가 처리된다. 이 점이 특히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반적인 AI 서비스는 내 질문과 데이터가 기업의 서버로 전송되는데, 오픈클로는 내 컴퓨터에서 처리되므로 민감한 업무 자료나 개인 파일을 다룰 때 훨씬 안심할 수 있다.
오픈클로는 사용자가 언제 명령을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컴퓨터가 24시간 서버처럼 켜져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일반 데스크톱 PC를 24시간 돌리면 전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인데, 여기서 애플 맥 미니의 전력 대비 고성능이 빛을 발한다.
또한, 애플의 '폐쇄적'이라고 비판받던 생태계는 iPhone을 주로 사용하는 북미 유저들에게는 외부에서 집에 있는 맥 미니에 설치된 오픈 클로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급격한 인기와 함께 치명적인 보안 문제들이 드러났다.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오픈클로의 작동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오픈클로는 외부(메신저)에서 내 컴퓨터로 접속해 제어하는 구조다. 편리하지만, 이 '접속 통로'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으면 해커에게도 열린 문이 된다.
벌써 AI를 이용하기 위한 API 키가 유출된다거나, 악성 코드 감염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니, 사용 시에는 보안 설정에 관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픈클로는 이제 단순한 취미 프로젝트를 넘어 '에이전트형 AI'의 표준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픈클로 자체보다 오픈클로가 보여준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픈클로 사태는 업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AI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줄 것인가?"
AI가 내 컴퓨터를 제어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앞으로 AI 에이전트 분야에서는 샌드박스 기술(AI의 행동을 격리된 공간에 제한), 권한 분리(파일 읽기는 되지만 삭제는 안 되게), 명령 검증(위험한 명령은 한 번 더 확인)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문제이기도 하다.
AI 비서가 "이 파일 삭제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무심코 "응"이라고 답했다가 중요한 파일을 잃을 수도 있다. 편리함과 안전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현재 오픈클로는 기본적인 작업만 수행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직접 AI에게 새로운 기술(Skill)을 가르치고 공유할 수 있는 스킬 마켓플레이스가 열릴 예정이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를 떠올리면 된다.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는 기본 앱만 있었지만,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수백만 개의 앱이 등장했다. 마찬가지로 "엑셀 자동 정리 스킬", "유튜브 영상 자동 편집 스킬" 같은 것들이 공유되면, AI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현재 오픈클로의 주 사용자는 개발자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인의 일상으로 파고들 것이다.
이메일 관리, 일정 예약, 쇼핑, 금융 관리 등 일상생활 전반을 자동 처리하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집사'로 발전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 주 치과 예약 잡아줘"라고 말하면, AI가 치과 웹사이트에 접속해 예약 가능한 시간을 확인하고, 내 캘린더와 비교해 최적의 시간을 잡고, 예약까지 완료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현재는 각 단계마다 사람이 개입해야 하지만, 미래에는 한 마디로 끝날 수 있다.
오픈클로의 성공은 더 큰 논의를 촉발시켰다.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할 것인가?
현재 업계에서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Anthropic 제안), A2A(Agent-to-Agent, Google 제안) 등 AI 에이전트 간 통신 규약 표준화 논의가 활발하다. 마치 인터넷 초창기에 TCP/IP라는 공통 규약이 정해져서 서로 다른 컴퓨터들이 통신할 수 있게 된 것처럼, AI 에이전트들도 공통 언어가 필요하다.
오픈클로는 이 표준화 논의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오픈클로는 "메신저로 부리는 나만의 유능한 디지털 비서"로 큰 혁신을 가져왔다.
하지만 내 컴퓨터의 통제권을 AI에게 넘겨주는 만큼, 보안 설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양날의 검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것.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AI 기술과 생태계에 대해서 앞으로도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