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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다시 찾은 런던과 파리

스무 살의 나를 마주하다

by 자몽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런던과 파리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은 두 번째다.


25년 전, 그러니까 재수를 끝내고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다.
"우리 유럽 가자."
내가 대학생이 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가 말했다. 초등학교 때 친구이자, 나와 이름이 똑같았던 아이. 나는 단번에 "그래!"라고 답했던 것 같다.

그 뒤는 그 친구에 의해 모든 게 정해졌다. 평소 조용한 친구인 줄만 알았는데 추진력이 상당했다. 친구는 바로 여행사를 알아보고 방학하자마자 한 달간 떠나는 일정으로 '호텔팩'을 예약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시키는 대로 300만 원 정도의 돈을 입금한 게 전부였다.

지금도 '호텔팩'이라는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많은 여행사들이 호텔과 비행기표만 끊어주는 반 자유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키가 자그마한 우리 둘은, 우리 키의 반쯤 되는 큰 배낭을 하나씩 사서 야무지게 짐을 쌌다. 나는 파란색, 친구는 그보다 옅은 하늘색이었다. (그때는 모두 배낭을 메고 다녔다)
99년,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앞으로 우리의 방향을 알려줄 거라곤 여행책자 한 권이 전부였다.


그때의 첫 여행지가 런던, 마지막 여행지가 파리였다.

그리고 이번에 가게 된 두 도시가 바로 그 두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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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창문으로 굽이친 런던의 강이 보이자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25년이 젊었던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창밖을 바라봤을까. 이제는 휴대폰 없이 다닌다고 생각하면 무섭기 그지없는데, 우리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그때 우리의 큰 배낭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둘이 여행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스무 살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나의 25년 후를, 40대가 된 나를 상상이나 해봤을까.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잘 살았다고 해줄까.


그리고...


'40대가 된 나는 그때와 다른 것을 보게 될까.'

비행기가 런던 땅을 밟기 전, 나에게 한 마지막 질문이었다. 사십 대 중반이 된 내가, 그때와 다른 걸 느끼고 보게 될지 궁금했다. 이번 여행은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그 답은 런던에 도착한 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찾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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