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과 그림자」, 김민영
[농담]
그 자식 꼴을 보면 좀 웃기다. 대화 속에 있지만, 딴에는 앞 문장은 짓밟고 뒷문장의 여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앞문장과도, 뒷문장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껴있는데 말이다. 부유, 마땅히 부유하고 있는 꼴 좀 봐라. 부유하며 휘발을 꿈꾸지만, 오히려 어느정도 경계를 넘지 못하고는 그림자를 남긴다, 그 그늘은 그 날의 대화를, 그 하루를 마무리하려 누운 침대 위를 덮을 수도 있다.
{농담학개론}
농담에 종류가 있듯, 그 리액션에도 종류가 있다.
그 리액션이 웃음과 거리가 멀 경우,
농담 발언자가 하는, “아니 웃기자고 한 얘기가 아니라, 진짜,로 진지하게 말한거야,”라는 대사는 안쓰럽지만, 그나마 잘 모면했다고 볼수 있다. 기쁨은 더하고, 뻘쭘함은 홀로.
마무리 발언으로 가장 최악은 “허허,, 농담일세,” 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농담이다. 이건 헛소리도 아니고, 개소리에 가깝다.
그래도 웃는 걸 뭐라하지 말자. 좋으니까. 남이 웃지 않더라도 내가 웃을 핑계가 생기니까. 안 웃겨도 그만, 안 웃겨도 그 나름대로 웃기니까.
‘배꼽 있을 때 잘 간수해’와 같은 강박은 필패다. 조급함이 섞여 들어가면 폭소시나리오를 망칠 수 있다. 하지만 모든일이 그러하듯 적당한 애씀과 스트레스는 긍정적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그림자]
책이 마침 말의 그림자다. 침튀겨가며 주절대는 애랑은 다르게, 책은 차례를 기다린다. 조용히 몸을 종이에 딱 붙여 기다리다가, 책장에서 꺼내지기를, 마침내 내 페이지가 펼쳐지기를, 이들은 무작정 튀어나오는 법이 없다.
빛에는 근원이 있지만, 어둠엔 없다.
낮의 하늘에는 그 끝이 보일 듯 하지만, 밤 하늘에는 도저히 알수가 없다. 광년이 괜히 존재하는게 아니다.
‘학개론 속 그 자식’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도저히 낄 수 없는 주제가 있다. 덮어서는 안되는, 애초에 덮을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기존의 우리가 아는 농담의 한계다.
⠀⠀⠀⠀⠀⠀
“어디쯤이야? 오늘 많이 벌었어?”
“창 밖에 좀 봐봐. 보름달이 떴는데 포슬포슬하니 예뻐.”
⠀⠀⠀⠀
이 두 문장, 말 중 무엇이 ‘진짜’ 농담일까.
막연히 부유하는 말?
아니면, 그림자 지고 부유하고 있는 삶에서 그 속을 바로보,응시하,포착하며 하는 말?
미소 짓게 하는 말은 분명히 있다.
#texit #텍시트 #커트코베인애인
@tex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