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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Q영어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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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경 Dec 13. 2019

[Q영어독해] 프롤로그

영어독해, 왜 관심이 생긴 거야?

김해에서 10, 부산에서 10, 서울에서 9. 바다 밖으로 나가  경험은 제주도 2회가 전부. 여권조차 없이 국내에만 눌러 박혀 살아온 나는, 소위 “명문대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으며 이제는 영어 원서를 검토하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길을 걸어올  있었던 까닭 중에는 분명 국내에서 독학으로도 영어독해는 충분히 깨우칠  있다는 사실이 한몫했다. 그리고 영어독해에 숙달할수록 기본적인 수준의 듣기, 쓰기는(말하기는 논외로 하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사실 역시. 영어를 ‘읽는 능력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무기였다.


왜 “무기”였냐고? 앞서 말했듯이 영어 덕분에 학업 생활을 즐길 수 있었고 여태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더 나아가서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접선하는 것과도 같았다.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에는 외계 생명체의 비선형적 언어를 배우면서 시간 개념을 초탈하는 언어학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내가 그런 수준의 언어 결정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가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것은 분명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요새는 번역이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영어로만 접할 수 있는 글 자체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즐거움과 유익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국인은 12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도 영어를  마디도 못한다 식의 말은 이제 거의 단골 레퍼토리처럼 들린다.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 가는 수능 영어 지문은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탄식을 부른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생각들은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는 착각이다. 언젠가 이에 대한 변명을 길게 늘어놓을 생각도 있지만 일단은 주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이 글의 주제는 ‘영어독해’이지 ‘영어회화’가 아니니까!) 핵심만 짚어 보자면,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12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도 영어를 제대로  읽는다 가깝다. 사실 이것도 “제대로  읽는다이지 “아예  읽는다 아니다. 한국 학생들 영어독해  잘한다.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도 영어를 제대로 못 읽는다”에 가깝다.


영어회화나 수능영어가 문제라는 생각이 착각인 이유를 조금만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우선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는 당연한 일이다. 학교 경험을 잘 떠올려 봐라. 우리가 말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있나? 초등학교 때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주로 영어를 읽고 분석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약간의 듣기 정도. 또한 영어를 “잘한다” 혹은 “못한다”는 말은 이상한 말이다. 영어 말하기와 영어 읽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별도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어를 말하지 못한다고 학교 교육 탓을 하면 그건 선생님들이 좀 억울할 거다.


한편, 수능 영어 지문의 실용성 문제는 거의 해마다 도마 위에 오르고 온갖 영어 회화 학습 광고들이 “수능 지문 외국인들한테 쥐어줘도 못 풀더라”라는 식의 (역시) 단골 레퍼토리를 끊임없이 읊어 대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조금은 의아한 비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수능 영어 지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이상한 지문’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전부 실제 존재하는 영어 원문에서 발췌해 온 것들이다. 물론 때로는 억지로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앞뒤 맥락 없이는 지나치게 글쓴이의 의도가 제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발췌하거나 어휘 난이도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분야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교체하는 식의 실수가 발생하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대학 원서를 읽는 능력을 체크하는 시험으로는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의 질마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다시 진짜 문제는, 영어독해 실력을 체크하기 위해 끊임없이 영어독해 훈련을 시키는 것에 비하면 한국인들이 여전히 ‘영어 읽기’를 지나치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왜 발생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제 선생님들을 좀 탓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들의 직무유기도 있겠으나 그들이 그러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영어 독해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뭔가가 빠져 있는 것이다. 나는 대략 중학생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뭐가 빠진 걸까? 영어독해를 할 때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기본적인 영어 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이 영어독해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 지점은 아마 ‘복잡한 구조를 지닌 영어 문장’을 만났을 때일 것이다. (물론 구조의 복잡성만이 영어독해의 유일한 걸림돌은 아님을 미리 못 박는다.) 그런데 여기서 난 다시 의문이 생겼다. 복잡한 영어 문장은 단순한 영어 문장과 아예 다른 종류의 문장일까? 그렇다면 구조가 복잡해지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영어 문장을 학습해야 하는 것일까? 역시 언어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답은 ‘그럴 리가 없다’이다. 어떤 언어에서든 언어 사용자는 일정량의 언어 규칙을 가지고 무한한 언어 표현을 만들어 낸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영어 문장은 단순한 영어 문장과 아예 다른 종류의 문장일까? … 답은 ‘그럴 리가 없다’이다.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꽤 명확해진다. 한국인들은 복잡한 영어 문장을 만나면 버벅댈 수밖에 없을 만큼 영어독해의 기본적인 원리를 제대로 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확신했다. 어떤 문장이 나와도 변하지 않는 ‘영어독해 원리’가 존재할 것이라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영어독해 원리’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일종의 도제식 교육방식을 (자기도 모르게) 활용한다. 예문 혹은 지문이 있으면 자신이 어떻게 그 문장을 이해했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채 한국어로 (번역에 가까운) 해석을 해서 떠먹여 주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주어진 예문이나 지문의 의미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해를 하겠으나 어떻게 선생님이 그러한 해석을 내놓았는지는 어깨 너머로 알아서 ‘추측’해야 한다.


나는 확신했다. 어떤 문장이 나와도 변하지 않는 ‘영어독해 원리’가 존재할 것이라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영어독해 원리’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서 난 영어독해를 할 때 ‘주어’와 ‘서술어’를 찾도록 강조하는 선생님들만 봐도 굉장히 반갑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이들의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여기 주어가 뭐지? 동사는?” 하고 질문은 하지만 그래서 대체 그 주어와 동사를 어떻게 찾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맞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또한 선생님들은 문법(특히 영어 문장의 다섯 가지 형식)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문법’이 결국은 문장이 만들어지는 법칙, 거꾸로 말해 문장을 읽는 법칙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문법 교육은 문법 문제를 공략하기 위한(아니, 정확히는 그마저도 그저 정답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였고 정작 영어독해를 할 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너는 그 ‘원리’를 찾았냐고? 찾았다고 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이미 시중에도 꽤 훌륭한 영어독해 학습 서적이 몇몇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김시목 씨의 『영어독해 무작정 따라하기』라든가 김기훈 씨의 『천일문』(특히 서문) 같은 책만 주의 깊이 보더라도 충분히 쓸 만한 영어독해 원리를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내가 정리한 영어독해 원리는 무엇이 다르냐? 난 원어민들이 영어 문장을 볼 때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알고리즘이 펼쳐지는지 정확히 파악한 뒤 그 알고리즘을 원칙화하여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시리즈의 타이틀을 “Q영어독해”라고 이름 붙인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영어 원어민의 머릿속에 독해 알고리즘이 펼쳐지도록 만드는 영어문장의 ‘Q(cue)’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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