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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경 Dec 23. 2019

신포도식 솔로예찬

Tom Grennan, ‘I Might’

I Might by Tom Grennan


오, 난 내가 누리는 자유가 너무 너무 좋아
1인용 식탁에 앉을 수 있다는 게 행복 이상이야
영화관에 혼자 가도 되고
밤을 새도, 일찍 자도 상관없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누구한테도 변명할 필요가 없지
내 맘대로 인생을 사는 거야
난 자유야


이 얼마나 귀여운 가사인가. 모쏠마저도 단체 생활이라든가 친구와의 여행 등 몇몇 계기만 있으면 혼자 사는 게 얼마나 편한지 이해할 수 있다. 귀여운 행각(?)은 2절에서도 계속된다.


큰 소리로 노래 부를 수 있단 사실이 너무 너무 좋아
방에 아무도 없으니 삑사리가 나도 상관없어
얼빠진 짓을 해도 되고 정신 나간 짓을 해도 돼
하루 종일 빡세게 일해도 되고 늘어져 있어도 돼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어
분주한 삶도, 여유로운 삶도 괜찮아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맘에 들어
난 자유라고


집에 혼자 있을 때 한 번 씩 얼빠진 미친 짓을 해 본 경험이 다들 있으리라. 일상적인 모습이 떠오르면서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그런데 갑자기 웬 솔로 예찬이냐고? 코러스를 보면 숨은 의도가 살짝 드러난다.


아무도 내 시간을 뺏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맘을 헤집어 놓지도, 내 삶을 뒤집어 놓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도 내 침대를 어질러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머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누군가 내 시간, 마음, 인생, 침대, 머리를 헤집어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외치지만 결국 그렇단 말은 누군가 그럴 것만 같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괜히 관계가 무서워 솔로에 안주하려는 마음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날 그렇게 바라볼 때면
어쩌면 난…


어쩌면 뭐? 상남자라 그런가 브리지 파트에서 대놓고 답한다.


어쩌면 떠나지 못할지도 몰라
어쩌면 떠나지 말라고 구걸할지도 몰라
어쩌면 모든 걸 바꿔 버릴지도 몰라
널 내 곁에 두기 위해서


그렇다. 톰 그레넌은 우리의 공공의 적이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여태까지 쿨한 척 밑밥을 깐 것이다.




개인적으로 센 척하는 사람한테는 늘 애증이 교차한다. 역겨울 만큼 싫다가도 그 모습이 귀엽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단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라 이 곡이 끌리는 것도 있지만, 이 곡은 플로렌스 웰츠가 반복해 읊던 “우리 모두는 배고픔을 느끼지”라는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아무리 괜찮다고 한들 결국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니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좀 취약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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