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 John Misty, ‘Please Don’t Die’
Please Don’t Die by Father John Misty
오늘 아침도 의미 없이 날려 보냈네
차라리 곁에 당신을
꼭 붙들고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누가 제발 이 흥이 나지 않는 유흥을 멈춰 줘
내 나이 서른 다섯, 그보다 더 늙은 기분이야
존 미스티는 「God’s Favorite Customer」 작업 기간 동안 극심한 우울과 망상에 시달렸다. 결국 외딴 모텔에 스스로를 격리한 채 두 달을 버텼다. 그러는 한편 만성적인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증세도 계속되었다. 1절에서 미스티는 이를 “흥이 나지 않는 유흥”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오늘 아침도 의미 없이 날려 보”냈다. 본래 일상대로라면 “곁에 [아내를] 꼭 붙들고나 있었”을 포근한 아침이었을 텐데 말이다. 어찌나 상태가 심각했던지 35세의 나이에도 체감은 “더 늙은 기분”이 든다. (존 미스티의 처참한 상태는 앨범의 다른 트랙 ‘Mr. Tillman’ 뮤비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근래 본 뮤비 중 최고의 뮤비이니 꼭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이젠 정말 삶을 놓아 버릴지도 모른다며
또 다시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보냈지
이런, 괜히 내가 또 당신을 깨웠구나
당신은 감당하기 너무 힘든 말이라고 말하지
그래, 우울한 얘긴 선을 지켜 보도록 할게
성경 인물 욥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우울한 나머지 “그래서 내 말이 거칠어졌구나”라고 말한다. 미스티 역시 마찬가지다. 우울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아내에게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미스티는 미안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 대목은 언뜻 아내가 미스티의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사실 3절에서 아내는 “당신에 술에 쩔어 휘청휘청 세상을 떠날 때 / 장례식을 치러 주는 게 누구겠어?”라고 직설적으로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곡은 결코 아내를 탓하는 내용이 아니다. 미스티는 오히려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코러스에 배치한다.
자기야 제발, 나 당신이 너무 걱정돼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잃어
당신이 내 전부인데
자기야, 나 당신이 너무 걱정돼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당신이 내 전부라니까
그러니 밤을 어디서 보내든 제발 죽지만 마
아마 실제로 아내에게 들은 말을 가사로 옮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투박한 가사이다. 사실 뮤비마저 정말 투박하고 노골적이다. 엔딩 부분에서는 천사처럼 내려온 아내가 미스티를 저승으로부터 끌어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세상의 고민거리를 혼자 몽땅 끌어안은 것 같은 존 미스티의 보컬은 그마저도 진심으로 들리게 만든다.
죽음을 생각한 적이 수없이 많이 있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의사는 남에게서 자존감을 찾는 것이 해로운 습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이는 남을 위해 살라는 말에 치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죽음에 관한 생각이 거친 표현으로 입 밖에까지 나온 몇 차례 가운데 한 번은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건넸다. “따라간다 … 난 강하지 않아.” 나한테는 그게 밧줄이었다. 미련이었다. 내가 아직 좀 더 끝까지 가 볼 존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때의 그 또렷한 느낌이 그립다. 늪에서 헤어나온 것 같은 지금도 “당신이 내 전부”라는 말은 여전히 내 위시리스트에 있다. 당신 ‘덕분’이 아니라 당신 ‘때문’에 죽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디오라마로 만들어진 저승에 천사가 강림하는 식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단지 미련 때문이라도 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