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가 뒤에 데려올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이 있을까?
동사가 뒤에 별도의 덩어리를 본격적으로 데려오기 시작하는 것은 3형식 문장부터이다. 3형식 동사의 핵심을 미리 못 박고 넘어가자. 3형식 동사는 기본적으로 ‘무엇을?’이 궁금해지는 동사이다. 따라서 뒤에 명사 덩어리를 데려올 수밖에 없으며 해석할 때 ‘-을/를’을 붙여 주면 된다. 순서대로 끊어 읽을 때에는 동사 뒤를 끊으면서 “무엇을!?”이라고 외친 뒤(마음속에서 외치자) 동사가 데리고 온 명사 덩어리를 확인하면서 그 뒤를 또 끊어 주면 된다. 이제 유형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3형식 동사는 기본적으로 ‘무엇을?’이 궁금해지는 동사이다. 따라서 뒤에 명사 덩어리를 데려올 수밖에 없으며 해석할 때 ‘-을/를’을 붙여 주면 된다.
3-1 유형: 주어 + 서술어 + 일반명사
여기 나오는 예문들의 동사에 주목해 보자. 먼저 첫 번째와 두 번째 동사는 각각 “비난하다”와 “만들다”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비난해?” 그리고 “무엇을 만들어?”를 궁금해한다. 그러고 뒤를 보니 그 ‘무엇’ 자리를 일반적인 명사 덩어리가 채우고 있다. 각각 “자기 장비”와 “위대한 사람”이다. 이 녀석들을 ‘무엇’ 자리에 집어넣으면서 ‘-을/를’을 붙여 주면 된다. 참 쉽죠?
그런데 나머지 세 개의 동사는 조금 특이하다. 각각 “어울리다”, “도달하다”, “논의하다”인데, 한국어로 치면 뒤에 데려오는 녀석들이 ‘-을/를’이 붙지 않는다. “어디에 어울려?”, “어디에 도달해?”, “무엇에 관해 논의해?”처럼 다른 조사가 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어 화자와 영어 화자가 각각의 동사가 이끄는 구조를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런 부면에서 소위 “영어식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동사들 역시 일반적인 명사 덩어리를 바로 데리고 오고 ‘-을/를’이 붙는다는 식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실제로 영어를 보니 뒤에 “너”, “해안”, “비행기 충돌의 원인”이라는 명사 덩어리가 단독으로 왔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위 문장들을 분석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순서대로 해석해 보면 이렇게 된다.
나쁜 일꾼은 / 탓한다 / 자기 연장을. //
오랜 격언에 따르면 / 위대한 희망은 / 만든다 / 위대한 사람을. //
네 새 헤어 스타일은 / 어울린다 / 너에게 / 잘. // (*”너에게”라고 했지만 “너를”처럼 이해해야 한다.)
2시간 뒤에 / 우리는 / 마침내 도달했다 / 해안에. // (*”해안에”라고 했지만 “해안을”처럼 이해해야 한다. ‘reach’를 아예 ‘붙잡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다!)
분석가들은 / 논의하는 중이다 / 가능한 원인을 / 비행기 충돌의. // (*”원인에 관해”라고 할 필요가 없다면 하지 말자.)
3-2 유형: 주어 + 서술어 + 일반명사 + 부사구
위 예문들은 언뜻 3-1 유형과 거의 유사해 보인다. 일단 Q영어독해의 기본 3단계 원리대로 분석해 보자.
그는 / 놓았다 / 그의 손을 / ... // (*“어디에?”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가져와 주세요 / 파일을 / ... // (*”어디에?”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당신은 / 줄 것입니까 / 당신의 돈을 / ... // (*”누구에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처럼 어떤 3형식 동사들은 ‘무엇을?’ 자리를 채워 주더라도 여전히 ‘어디에?’ 혹은 ‘누구에게?’라는 장소나 수혜자가 궁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예문에서도 그 자리를 전치사+명사 덩어리가 채워 주고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전치사+명사 덩어리를 우리가 궁금했던 요소에 맞추어 해석해 주면 된다. 심지어 전치사까지 분명히 나와 있으니 해석이 더 쉬울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될 것이다.
그는 / 놓았다 / 그의 손을 / 주머니에. //
가져와 주세요 / 파일을 / 회의에. //
당신은 / 줄 것입니까 / 당신의 돈을 / 그에게? //
사실 3-2 유형의 동사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어떤 경우든 핵심은 동사를 보는 순간 동사가 뒤에 무엇을 데려와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명 ‘무엇을?’ 자리(목적어 자리)를 채웠는데도 여전히 의미가 빈다는 느낌이 든다면 뒤에 나오는 전치사가 동사가 데려온 전치사는 아닐지 의심해 보면 된다.
3-3 유형: 주어 + 서술어 + 동명사
위 예문들에서 동사들은 각각 “정말로 즐긴다”, “ 마침내 끝냈다”, “상상하기 좋아했다”, “추천한다”, “회피해 왔다”로 해석이 된다. 앞의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공통적으로 “무엇을?”이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따라서 배운 대로 끊어 보자.
그럼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자리에 일반명사 덩어리가 아니라 ‘-ing’라는 준동사 덩어리가 와 있다. 아직 자세히 배우지는 않았으므로 대략적으로만 설명하자면 어쨌든 상태나 동작을 ‘명사 덩어리’인 것처럼 해석해야 한다. 그 비법은 ‘-하기’ 혹은 ‘-하는 것’을 붙이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동사처럼 생긴 녀석 뒤에 ‘-을/를’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한국어에서도 우리는 “식사”를 즐길 수도 있지만 “친구와 노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일반명사를 즐길 수도 있지만 행동이나 사건 자체를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석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 정말로 즐긴다 / 일대일로 대화하는 것을. //
아, 그가 / 마침내 끝냈다 / 말하기를. //
그는 / 상상하기를 좋아했다 /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을. //
나는 / 추천한다 /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책을 읽기를. //
나는 / 회피해 왔다 / 내 숙제를 하는 것을 / 하루 종일. // (**사진에 오류가 있네요. “all day”는 하이라이트를 빼야 해요!)
3-4 유형: 주어 + 서술어 + to-부정사
위 예문에 나오는 서술어는 각각 “모두 원한다”, “좋아할 것이니?”, “기대할 수 없다”, “결정했다”, “시작했다”로 해석이 된다. 역시 모두 공통적으로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배운 대로 끊어 보자.
그럼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엇을?’ 자리에 소위 to-부정사 덩어리가 왔다. 역시 준동사로서 원래는 동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녀석이다. 3-3 유형과 마찬가지로 동작이나 행위가 ‘명사 덩어리’로 해석이 되어야 하니 ‘-하기’ 혹은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러면 뒤에 ‘-을/를’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석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 모두 원한다 / 서로를 돕기를. //
너는 / 좋아할 것이니 / 점심으로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기를? // (*의문사는 내버려 뒀다가 의문사랑 어울리는 동사와 함께 해석해 준다.)
당신은 / 기대할 수 없다 / 몇 달 안에 영어를 배우기를. //
우리는 / 결정했다 / 올해에는 어디에도 가지 않기를. //
갑자기 / 땅이 / 시작했다 / 격렬하게 흔들리기를. //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어딘가 조금씩 어색한 구석들이 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문장에 사용된 ‘would like to’는 우리가 세트로 “~하고 싶다”로 해석하고는 한다. 또한 네 번째 문장에서 “어디에도 가지 않기를 결정했다”는 조금 무리하게 목적어를 분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에도 가지 않는 것을 결정했다” 역시 이상하다. 한국어로도 ‘결정하다’라는 동사는 빈번하게 “~하기로 결정하다”로 많이 굳어져 있다. 다섯 번째 문장 역시 “격렬하게 흔들리기를 시작했다”는 목적어를 무리하게 분리한 느낌이다. ‘시작하다’라는 동사는 한국어에서도 “~하기 시작하다”로 굳어진 편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무엇을?’을 데려와야 하는 동사가 to-부정사 덩어리를 데리고 온 경우 굳이 목적어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오히려 동사+to-부정사를 세트로 하나의 동사처럼 보려고 한다. (실제로 ‘want to’ 같은 표현은 하도 굳어져서 쓰다 보니 ‘wanna’ 같은 축약어가 탄생했을 정도이다.) 따라서 다시 이렇게 재분석해 보자.
동사와 to-부정사를 아예 하나의 동사로 묶어 버린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to-부정사가 무엇을 데려오는지만 생각하면 된다. 자, 이제 다시 해석을 정리해 보자.
우리는 / 모두 돕고 싶어 한다 / 서로를. //
너는 /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니 / 점심으로? //
당신은 / 배우기를 기대할 수 없다 / 영어를 / 몇 달 안에. //
우리는 /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 어디에도 / 올해. //
갑자기 / 땅이 /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3-5 유형: 주어 + 서술어 + that-절
위 예문에 등장하는 동사들은 각각 ‘생각하다’, ‘말하다’, ‘뜻하다’, ‘약속하다’, ‘결론 내리다’이다. 역시 전부 ‘무엇을?’이 궁금해지는 동사들이다. 그런데 이 동사들은 조금 특이한 면이 있다. 일반명사 덩어리를 데려오는 면에서 비교적 제약이 걸린다는 점이다. 예컨대, 목적어가 ‘펜’이라고 해 보자. “펜을 생각하다”, “펜을 말하다”, “펜을 뜻하다”, “펜을 약속하다”, “펜을 결론 내리다”. 한국어로는 그럴듯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굉장히 어색하다.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뜻하거나 약속하거나 결론 내리는 것의 대상은 반드시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에서도 “think a pen”, “say a pen”, “mean a pen”, “promise a pen”, “conclude a pen”과 같은 표현은 비문에 가까운 표현들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일단 문장들을 분석해 보자.
이렇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용’을 의미로서 담을 수 있는 that-절이 ‘무엇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think 류의 동사를 보는 순간 뒤에 that-절을 “~가 ...하다는/이라는 것”이라고 해석을 하거나 “~가 ...하다고/이라고”라고 해석해야 한다. 전자는 아예 확실하게 ‘-을/를’을 붙일 수 있는 해석이고 후자는 이러한 동사들이 that-절을 필연적으로 데려온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해석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해석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 생각하지 않는다 /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
그는 / 말했다 / 내가 총체적 루저라고. //
그것은 / 뜻한다 / 네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
앤디는 / 약속했다 / 그가 다음주에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
조앤은 / 결론 내렸다 / 범인이 그녀의 절친이라고. //
3-6 유형: 주어 + 서술어 + 의문사절
위 예문에 쓰인 동사는 각각 ‘궁금해하다’, ‘알고 있다’, ‘결정하다’, ‘알아보다’, ‘기억하다’로 역시 “무엇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동사들이다. 이 동사들 역시 3-5 유형의 동사들과 마찬가지로 ‘내용’을 데려올 수 있는데 내용 중에서도 ‘의문’을 데려올 수 있는 녀석들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문장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역시 that-절 대신 의문사절이 ‘무엇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wonder’ 정도만이 동사의 의미상 ‘의문’만을 데려올 수 있으며 나머지는 일반적인 ‘내용(that-절)’도 ‘의문(의문사절)’도 가져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많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동사만 보고 뒤에 나올 녀석을 100퍼센트 결정하기란 불가능하며 선택지를 좁힌 가운데 뒤를 보고 실제로 무엇이 왔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의문사절을 데려왔을 때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간접의문으로 해석을 한다. 즉 “~하는지/인지”로 해석하면 된다. 그러면 뒤에 ‘-을/를’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 궁금해한다 / 그가 왜 그랬는지를. // (*반복하지만 연결사 류 마커는 기억해 뒀다가 동사에 붙여 준다.)
너는 / 알고 있니 / 그가 너의 아들인지 아닌지를? //
나는 / 결정할 수 없다 / 내가 파티를 위해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를. //
내가 / 알아보겠다 / 그녀가 너의 지갑을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를. //
너는 / 기억하니 / 내가 거기 가는 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
이제 3형식 류 동사들도 모두 살펴보았다. 이번에 배운 내용의 요점을 ‘큐’ 위주로 정리해 보자.
단독으로 처음 나온 명사 덩어리 — 주어로 해석하자! (‘-은/는’ 혹은 ‘-이/가’)
단독으로 나온 동사 덩어리 — 서술어로 해석하자! (‘-다’)
동사가 뭘 데려오는지 궁금해하자
만약 “무엇을?” 이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 뒤에 명사 덩어리를 데려온다는 뜻이다. 목적어로 해석하자! (‘-을/를’)
(1) 뒤에 일반명사가 온 경우: ‘-을/를’로 해석하자!
(2) 뒤에 동명사가 온 경우: ‘-하기를’ 혹은 ‘-하는 것을’로 해석하자!
(3) 뒤에 to-부정사가 온 경우: 서술어와 묶어서 세트로 해석하자!
(4) 뒤에 that-절이 온 경우: ‘~가 ...하는 것을’ 혹은 ‘~가 ...하다고’로 해석하자!
(5) 뒤에 의문사절이 온 경우: ‘~하는지를’로 해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