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가 뒤에 데려올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이 있을까?
동사가 뒷자리에 데려올 수 있는 마지막 구조, 5형식 류 구조가 남아 있다. 5형식 문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5형식 문장은 문장 안에 작은 문장을 데려오려는 욕구에 의해 탄생했다. 이미 3~4형식 류 동사가 that-절이나 의문사절을 데려올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들은 어쨌든 ‘완전한 형태의 문장’을 데려오는 동사들이었다. 반면, 5형식 류 동사는 분명 문장은 아닌데 문장처럼 해석되는 녀석들을 데리고 온다. 역시 이번에도 한국어로 이해를 돕도록 해 보자.
엄마는 만들었다. (무엇을?)
‘만들다’라는 동사는 자연스럽게 “무엇을?”이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뒤에 목적어를 데려와야 하는 것이다. 가장 무난하게는 일반명사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엄마는 피칸파이를 만들었다.
엄마는 나에게 피칸파이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이미 살펴본 3형식 및 4형식 류 동사로 쓰인 셈이다. 그런데 ‘만들다’의 의미를 좀 더 추상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구조도 가능하지는 않을까?
엄마는 [내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다]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내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상황’ 자체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처럼 별도의 ‘문장’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 같은 구조가 한국어에서는 아예 문장 ‘속’에 안길 수 있다.
엄마는 내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때 ‘만들다’라는 동사가 데려온 구조는 ‘~가 ...하도록’이라는 구조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화자들 역시 동일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My mom made a pecan pie.
My mom made me a pecan pie.
‘make’ 동사가 이런 단순한 구조도 데려올 수 있지만
My mom made [I became a decent grown-up].
= My mom made me become a decent grown-up.
이처럼 안긴 문장 같은 구조를 데려올 수도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앞서 강조한 것처럼 동사가 ‘완전한 문장’ 자체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해석되는 ‘고유의 구조’를 데리고 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make’ 동사가 ‘I became a decent grown-up.’이라는 문장 자체를 데려올 수는 없다. 반드시 목적어 ‘me’를 먼저 박아 넣고, 그 다음에 목적어를 서술할 수 있는 ‘정해진 녀석’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바로 이 목적어 뒤에 데려올 수 있는 녀석들을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볼 것이다.
5형식 문장은 문장 안에 작은 문장을 데려오려는 욕구에 의해 탄생했다. ... 이때 주의할 점은, 앞서 강조한 것처럼 동사가 ‘완전한 문장’ 자체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해석되는 ‘고유의 구조’를 데리고 온다는 점이다. ... 반드시 목적어[를] 먼저 박아 넣고, 그 다음에 목적어를 서술할 수 있는 ‘정해진 녀석’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번외] “샘, 5형식 문장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쓸데 없는 짓이다. 서두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문장을 실컷 잘 해석해 놓고 그 문장이 몇 형식인지를 고민하는 건 사후약방문 같은 짓이다. 하지만 때로는 5형식 문장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해석에 정말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4형식 문장과 구분해야 할 때 도움이 된다.) 위에서 5형식 동사가 ‘작은 문장’을 데려오려는 욕구에 의해 탄생했다고 했는데, 이걸 거꾸로 얘기하면 5형식 동사 뒤에 온 녀석들은 마치 문장처럼, 다시 말해 ‘주어’와 ‘서술어’처럼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인 5형식 문장 몇 개를 나열해 보겠다.
John considers himself a wise person. | 존은 자기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himself a wise person = he is a wise person | 그가 똑똑한 사람인 것)
The boiler made the room warm. | 보일러는 방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the room warm = the room became warm | 방이 따뜻한 것)
Mrs. Johns allowed him to go outside. | 존스 여사는 그가 밖에 나가도록 허락했다.
(him to go outside = he could go outside | 그가 밖으로 나간 것)
괄호 안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5형식 동사들이 뒤에 데려온 ‘목적어’와 ‘목적보어’는 사실상 ‘작은 주어’와 ‘작은 서술어’ 같은 느낌으로 해석된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설령 한국어로 정확히 대응되는 ‘번역’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머릿속에서 ‘어쨌든 얘가 이렇다/이랬다는 뜻이구나’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정리하자면, (‘make’처럼 4~5형식 모두 쓰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1) 5형식으로 해석 가능한 동사가 나왔다, (2) 목적어를 해치웠는데 한 자리가 더 남아 있다, (3) 목적어와 뒤에 온 녀석이 주어와 서술어 관계를 이룬다, (4) 주어와 서술어처럼 해석한다.
5-1 유형: 주어 + 서술어 + 일반명사 + 일반명사
위에 사용된 동사들은 차례대로 ‘make(만들다)’, ‘name(지명하다)’, ‘think(생각하다)’, ‘call(부르다)’, ‘appoint(지명하다)’, ‘consider(여기다)’이다. 그리고 뒤에는 두 개의 명사가 각각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Jack a stupid boy”는 결코 한 단어일 수 없다. 반드시 “Jack”과 “a stupid boy” 사이를 끊어 주어야 한다.) 이 구조는 4형식 류 동사에서 접했던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문제는 ‘make’ 동사를 제외하고는 ‘~에게 ...을’이라는 구조를 데려올 수 없는 동사라는 점이다. 심지어 ‘make’ 동사가 쓰인 예문 역시 “잭에게 멍청한 소년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상한 해석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 동사들에 어울리는 새로운 구조를 찾아야 한다.
고맙게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어에서 동사가 두 자리를 데리고 오는 경우 무조건 4형식 아니면 5형식 류 동사이기 때문이다. 4형식 해석이 안 되니 전부 5형식 해석을 적용하면 된다. 믿기지 않는다면 검증해 보아도 된다. 각 예문마다 동사가 데려온 두 자리는 서로 주어와 서술어 관계에 놓여 있다. 즉, “Jack becomes a stupid boy”, “Jeju became a World Natural Heritage Site”, “he was this year’s best hitter”, “they are fate”, “he became a manager”, “every day is a blessing and a new beginning”과 같은 의미가 성립한다. 이러한 의미에 딱 어울리는 해석은 ‘~을 ...로’ 혹은 ‘~을 ...라고’ 혹은 ‘~가 ...라고’와 같은 해석 틀이다.
따라서 Q영어독해 기본 3단계에 따라 위와 같이 분석을 한 뒤 해석 틀에 끼워 맞추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생각하다’ 류는 ‘~가 ...라고’가 잘 어울리고 ‘만들다’ 류는 ‘~을 ...로’가 잘 어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만 하고 놀지 않는 것은 / 만든다 / 잭을 / 어리석은 소년으로. //
2007년에 / 유네스코는 / 지명했다 / 제주를 / 세계자연유산으로. //
스포츠 해설가들은 / 생각했다 / 그가 / 올해의 최고의 타자라고. //
우리는 / 만든다 / 우리의 행운을 / 그리고 우리는 / 부른다 / 그것을 / 운명이라고. //
그들은 / 만장일치로 지명했다 / 그를 / 매니저로 / 그의 뛰어난 리더십 때문에. //
나는 / 여긴다 / 매일을 / 축복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
5-2 유형: 주어 + 서술어 + 일반명사 + 형용사
위에 사용된 동사들은 차례대로 ‘find(발견하다, 생각하다)’, ‘keep(유지하다, 만들다)’, ‘make(만들다)’, ‘leave(떠나다, 만들다)’, ‘drive(몰다, 만들다)’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공통적으로 의미가 ‘생각하다’ 아니면 ‘만들다’로 쓰일 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을 그런 의미로 외운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의미를 추가해 놓은 것일까? 일단 Q영어독해의 기본 3단계에 따라 구조부터 분석해 보자.
이렇게 될 것이다. 차례대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사 뜻에 따라 목적어까지 문장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올 것이다.
나는 / 발견했다 / 몇몇 TV 다큐멘터리를 / 매우 교육적인(?) //
밖에서 나는 소음이 / 유지했다 / 나를 / 깨어 있는(?) / 밤새도록 //
경험은 / 만든다 / 심지어 바보조차 / 똑똑한(?) //
그 쓰나미는 / 떠났다 / 많은 사람들을 / 죽거나 실종된(?) //
위층 새 이웃이 내는 소음은 / 몬다 / 나를 / 미친(?) //
그렇다. 목적어까지는 어떻게 해석이 되는데 뒤에 ‘형용사’가 한 자리 더 애매하게 남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암기하고 있던 의미로는 그 형용사를 함께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런 동사들은 좀 더 추상화하여 ‘~한 상태로 만들다’라는 뉘앙스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find’는 ‘발견하고 보니까 얘가 이런 상태더라’라는 의미 구조를 취할 수 있고 ‘keep’은 ‘얘가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다’라는 의미 구조를 취할 수 있다. 다른 동사들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앞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모든 예문들에서 동사가 데려오는 두 자리가 각각 “some documentaries on TV were very educational”, “I was awake”, “even fools become wise”, “many people became dead or missing”, “I go crazy”와 같은 주어-서술어 관계가 성립한다. 이러한 의미 관계에 딱 어울리는 해석 틀은 ‘~을 ...하게’ 혹은 ‘~가 ...하도록’ 혹은 ‘~가 ...라고’ 정도가 될 것이다. 이에 맞춰 해석해 보자.
나는 / 생각했다 / 몇몇 TV 다큐멘터리가 / 매우 교육적이라고. //
밖에서 나는 소음이 / 만들었다 / 나를 / 계속 깨어 있게 / 밤새도록. //
경험은 / 만든다 / 심지어 바보조차 / 똑똑하게. //
그 쓰나미는 / 만들었다 / 많은 사람들이 / 죽거나 실종되도록. //
위층 새 이웃이 내는 소음은 / 만든다 / 나를 / 미치게. //
5-3 유형: 주어 + 서술어 + 일반명사 + to-부정사
위에 등장하는 동사들은 각각 ‘want(원하다, 바라다)’, ‘expect(기대하다)’, ‘ask(요청하다)’, ‘allow(허락하다)’, ‘persuade(설득하다)’로 소망, 기대, 요청, 허락, 강요, 설득 등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의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형 의미는 ‘누군가로 하여금 ~하도록 만들다’라는 의미이다. 역시나 다른 5형식 동사들과 마찬가지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렬히 반영되어 있다. 게다가 이 동사들은 단지 목적어가 ‘어떠어떠한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에 딱 어울리게도 이 동사들은 목적어 뒷 자리에 아예 동사처럼 생긴 녀석을 대놓고 데리고 온다.
이런 식으로 목적어 뒤에 ‘to-부정사’가 남아 있는 것이다. 목적어와 to-부정사의 관계는 다른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주어-서술어 관계를 지닌다. 차례대로 “my life can have a positive influence on others”, “their children should do better than they did”, “you should act like an angel”, “your passion can become your purpose”, “I should forgive her again”인 식이다. 해석은 동사에 따라 ‘~가 ...하도록’, ‘~에게 ...하도록’, ‘~가 ...하기를’, ‘~가 ...하는 것을’ 등으로 해석해 주면 된다.
나는 / 원한다 / 내 삶이 /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
부모들은 / 대개 기대한다 / 자신들의 자녀들이 / 자기들이 그랬던 것보다 더 잘하기를. //
진정한 친구는 /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 당신이 / 천사처럼 행동하기를. //
허락해라 / 당신의 열정이 / 당신의 목적이 되도록. //
그는 / 설득하려고 애썼다 / 내가 / 다시 그녀를 용서하도록. //
5-4 유형: 주어 + 사역동사 + 일반명사 + 원형부정사
위에 등장하는 동사들은 각각 ‘make(만들다, ~하게 하다)’, ‘let(만들다, ~하게 하다)’, ‘have(만들다, ~하게 하다)’, ‘help(만들다, ~하게 하다)’로 문법 시간에 줄창 외웠던 사역동사들이다. 이들은 5-3 유형 동사들과 매우 유사하지만 목적어 뒷자리에 ‘to-부정사’ 대신 to가 없는 ‘원형부정사’를 데리고 온다. (‘help’ 동사는 둘 다 가능하다.) 각각 “I can laugh and cry and see meaning in life”, “we should always meet each other with smiles”, “the gatekeepers should throw them out of the palace”, “people can help themselves”가 성립하므로, 해석은 마찬가지로 ‘~가 ...하도록’ 정도면 충분하다. 3단계 원리에 따라 분석하고 해석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책은 / 만든다 / 내가 / 울고 웃도록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도록. //
만들자 / 우리가 / 늘 서로 미소 지으며 만나도록. //
그는 / 만들었다 / 문지기들이 / 그들을 궁궐 밖으로 쫓아내도록. //
그 자선단체는 / 돕는다 / 사람들이 / 스스로를 돕도록. //
5-5 유형: 주어 + 감각동사 + 일반명사 + 원형부정사/-ing
위에 등장하는 동사들은 각각 ‘feel(느끼다)’, ‘watch(보다)’, ‘hear(듣다)’, ‘perceive(감지하다)’ 등으로 지각/감각 동사에 해당한다. 이들 역시 의미상 ‘~가 ...하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감지할 수 있다. 작은 문장을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예문 순서대로 목적어와 목적어 뒷자리가 “something was crawling up my leg”, “the sun was rising over the sea”, “the dog next door was barking last night”, “he was entering the room”과 같은 의미 관계가 성립한다. 역시 3단계 원리에 따라 분석하고 해석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나는 / 갑자기 느꼈다 / 무언가가 / 내 다리 위를 기어오르는 것을. //
우리는 / 보았다 / 해가 / 바다 너머로 뜨는 것을. //
너는 / 들었니 / 옆집 개가 / 어젯밤에 짓는 것을? //
아무도 / 인지하지 못했다 / 그가 /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
5형식 구조는 친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구조이니 다시 한 번 복습하도록 하자.
(1) 동사를 찾았는데 5형식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동사이다. (=‘생각하다’ 류 동사, ‘만들다’ 류 동사, 사역동사, 감각동사 등)
(2) 실제로 목적어를 찾고 끊었는데 뒤에 한 자리가 더 남아 있다. (=일반명사, 형용사, to-부정사, 원형부정사, -ing가 남아 있음)
(3) 목적어를 마치 주어처럼 해석한다.
(4) 목적어 뒤에 온 녀석을 마치 서술어처럼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