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 생년월일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내가 태어난 건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더군.
수평선은 생후 십이년 뒤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어난 지 만 하루였다가, 십이년 전의 그날이 먼 후일의 그날이다가,
수평선이다가,
저 바다 너머에서 해일이 마을을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생일이 찾아오고,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인들은 처음으로 입을 맞추고,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다. 자동차의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가 헛돌았다.
이장욱, 생년월일 (全文)
그런 일이 있은 후에야 새로운 날은 온다
난 어제 춤을 조금 추었고
절벽에 배를 깔고 엎드려 앞뒤로 기우뚱거리는 차처럼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하였는데
그러는 동안 아주 잠깐은 내 생일이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