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골드만은 인과적 지식 이론이 게티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피터 클라인과 게일 스타인은 이를 반박하죠. 인과적 지식 이론이 딱 봐도 지식이 아닌 것까지 지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이들은 지식이란 그저 인과적 연결 고리가 있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주장해요. 그 연결 고리가 그저 어쩌다 운이 좋아서 생긴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거에요.
클라인은 이런 반례를 제시합니다. 어느 날 도서관 사서는 놀부가 책을 슬쩍 꺼내더니 눈치를 살피고는 코트에 넣어 도서관을 황급히 빠져나가는 걸 목격합니다. 책을 훔친거죠. 사서는 놀부와 몇 차례 대화도 나누어봤기 때문에 분명히 놀부가 책을 훔쳤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놀부는 그때 책을 훔쳤고, 사서가 그걸 목격했죠. "놀부가 책을 훔쳤다"는 생각과 놀부가 책을 훔친 사건 사이에는 인과적 연관성이 성립합니다. 따라서 인과적 지식 이론에 따르면 사서는 "놀부가 책을 훔쳤다"는 걸 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 도서관에는 놀부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 흥부도 같은 시간에 (다른 선반에 비치되어 있던) 똑같은 책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사서는 놀부에게 쌍둥히 동생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러니 사서가 설사 흥부가 책을 훔치는 걸 봤더라도 흥부가 아닌 놀부가 책을 훔쳤다고 생각했겠죠? 그 경우엔 인과적 연관성이 성립하지 않을 것이고요. 그러니 인과적 지식 이론에 의거해 볼 때 사서가 올바른 지식을 갖게 된 건 그냥 운이 좋아서(?!) 그랬다는 겁니다. 이런 건 진정한 지식으로 볼 수 없다는 거에요.
스타인도 비슷한 사례를 제시해요. 할리우드에 놀러 간 관광객이 도로를 달리다가 저 멀리 세트장을 보게 됩니다. 수많은 초가집 모형이 줄지어 서 있었죠. 그런데 그 가운데 딱 하나는 진짜 초가집이었습니다. 그는 용케 딱 그 진짜 초가집을 보고서 "아, 저기 초가집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참이죠. 그리고 저 멀리 초가집이 있다는 사실과 저 멀리 초가집이 있다는 생각은 인과적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인과적 지식 이론에 따르면 이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만이 아니라 지식이 되죠.
하지만 역시 그가 그 수많은 초가집 모형과 단 하나의 진짜 초가집 중에서 하필이면 진짜 초가집을 보지 않고, 모형 중 하나를 보고서 "아, 저기 초가집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면? 그럼 인과적 지식 이론에 따를 때 지식이 아니게 되겠죠. 역시 그가 초가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지식으로 볼 수 없다는 거에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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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D. Klein, "Knowledge, Causality, and Defeasibiltiy," The Journal of Philsophy 73(20) (1976): 792-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