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파헤치기 ②
서비스 초반, 제품을 돋보이게 해줄 콘텐츠 제작을 결심했을 때. 과연 콘텐츠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콘텐츠가 단순히 많이 조회된다고 해서 대단한 아웃풋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고, 별다른 장치가 있지 않고서야 신규 사용자 인입이 콘텐츠의 영향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리소스 대비 초반 성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기에, 서비스를 빠르게 빌드업해나가야 하는 과정에서 콘텐츠는 논외인 경우가 더러 있다. 때문에 많은 서비스들은 콘텐츠를 차후 과제쯤으로 생각하고, 서비스의 기반을 닦아놓은 다음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품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킨 서비스가 있다. 바로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오늘의 집'이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초기 팬덤을 든든히 확보해냈다. 흔히 많은 서비스에서 브랜딩 도구로 활용되는 콘텐츠가 메인이 된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결합된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을까. 오늘의집이 지속 가능하게 양질의 콘텐츠를 발행하고,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 연계를 위해 어떤 장치를 심어두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먼저 집 꾸미길 결심한 사람의 플로우를 추적해보자. 우선 제한된 공간의 크기에서 연출하고 싶은 분위기에 따라 '예쁜 집' 레퍼런스를 모은다. 다음으로 방의 크기, 예산 등을 따져 실현 가능한 선에서 레퍼런스를 솎아낼 테고, 그중 가장 맘에 드는 방을 참고해 비슷한 제품을 찾는다. 이후 제품을 구매하기 앞서 제품의 리뷰를 살펴본 뒤 제품 구매를 결심한다. 오늘의집 이전, 예쁜 집에 살고자 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플로우를 지속했다. 그렇다면 집을 예쁘게 꾸민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대부분 나의 집을 맘껏 자랑할 수 있는 SNS로 향한다. 이렇게 꾸며진 공간을 본 누군가는 영감을 받아 다시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기존에 여러 플랫폼을 거치던 '집 꾸미기'의 뎁스를 오늘의집은 서비스 하나에 집약시켰다. 콘텐츠를 통해 발견과 영감의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집 콘텐츠의 티핑 포인트이다.
오늘의집은 얼마 전 발매된 장기하의 곡 '부럽지가 않어'에서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라는 가사처럼 연쇄된 부러움의 공식을 인지했다. 아름다운 공간을 조명한 콘텐츠로 부러움을 자아내고, 자신의 공간을 꾸미도록 이끈 다음, 자랑하고 싶도록 갖춰 놓은 것이다. 이처럼 오늘의집의 콘텐츠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재된 '부러움'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콘텐츠 전략에 중요한 지점이 등장한다. 바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타깃의 어떤 감정을 건드릴 것인가'다. 이는 콘텐츠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방향키가 된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 'EO'의 경우,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곡선을 조명하는 콘텐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스타트업 기업의 실패, 성장, 실패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돕는다. EO는 타깃의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건드렸다. 타깃 독자는 EO가 전하는 성장의 서사를 통해 유의미한 자극을 받고 EO의 콘텐츠를 구독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은 발행하는 콘텐츠 전반에 적용돼 일관된 독자 경험을 선사하는 콘텐츠의 톤앤매너가 된다.
보통 콘텐츠 기반 서비스라고 하면 일방향적인 개념을 떠올리기 쉽다. 내부의 콘텐츠 인력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비스의 사용자들이 준비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늘의집은 플랫폼의 콘텐츠로 하여금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을 주요하게 보았다. 오늘의집 사용자는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함은 물론 직접 게시물을 게시할 수 있다. 참고로 많은 서비스가 콘텐츠 생산 마이크로폰을 사용자에게 건네기 대단히 어려워하는 편이다. 이유는 콘텐츠 생산이 양방향이 됐을 때 콘텐츠의 퀄리티 컨트롤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생산하게 했음에도 특정 규격에 맞춘 듯 훌륭한 콘텐츠를 발행한다. 그중 오늘의집의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온라인집들이 콘텐츠는 초반 콘텐츠 구조 세팅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의 형태를 나타내고, 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도면을 보여준 뒤, 각각의 공간을 짤막한 문구와 함께 소개한다. 글은 간소화하되, 시각자료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인다. 비포 사진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대부분 콘텐츠의 볼륨이 큰 편이어도 소비에 부담 없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오늘의집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내부 에디터가 직접 섭외에 나선다. 에디터의 섭외를 거치지 않은 일반 사용자도 집들이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데, 내부 규격에 맞지 않는 경우 게시글 오픈이 반려되기도 한다. 따라서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돕는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사진에 대한 가이드가 촘촘히 설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집들이 탭의 상단을 장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것만 같은 높은 퀄리티의 사진이 줄지어 등장한다. 오늘의집이 콘텐츠에서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은 사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집은 영감의 도구도 사용될 콘텐츠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감도 높은 콘텐츠를 많은 사용자들이 발행할 수 있도록 콘텐츠의 강점(높은 퀄리티의 이미지)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섭외해 집들이 콘텐츠 톤앤매너를 구축해나갔다. 꾸준히 소비되는 콘텐츠의 특징은 일관된 독자 경험이며, 섬세한 콘텐츠 가이드라인과 전문가(오늘의집으로 말하자면 크리에이터)를 기용하는 것으로 전반적인 퀄리티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늘의집의 집들이 콘텐츠는 분명 매력적인 콘텐츠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콘텐츠 분량이 큰 편이라, 작성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을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오늘의집은 콘텐츠를 단계별로 소비하게끔 카테고라이징을 달리 했다. 오늘의집의 콘텐츠 카테고리는 크게 사진, 온라인집들이, 전문가집들이, 노하우로 나뉜다. 먼저 '사진' 탭에서 전개하는 콘텐츠는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가볍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공간 사진과 제품의 상세 정보가 들어가고, 해시태그를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앞서 소개한 '온라인집들이' 콘텐츠다. 사용자들이 직접 집을 꾸민 후 인테리어 후기와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되었다. 반면 '전문가집들이'는 오늘의집과 제휴돼 있는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실제 시공 후 작성하는 포트폴리오 카테고리다. 마지막으로 '노하우'는 오늘의집 유저는 물론, 크리에이터, 인테리어 전문가들 모두가 사용 가능한 인테리어 가이드 탭이다.
오늘의집 콘텐츠 소비자는 잠재적 콘텐츠 생산자이기도 하다. 비교적 많은 품이 들어가는 온라인집들이 콘텐츠에 비해 사진 콘텐츠는 쉽게 서비스의 크리에이터로 녹아들 수 있다. 추측하건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는 오늘의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 체류시간이 긴 상위 사용자일 것이다. 이런 맥락 아래 다양한 카테고리 콘텐츠를 소비하고, 또 생산할 수 있도록 사진-온라인집들이-노하우 콘텐츠 플로우를 설계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인입되고, 예쁜 집에서 더 잘 살기 위한 공론의 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부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커뮤니티다. 커뮤니티는 사용자 간 연결고리를 견고히 하고 콘텐츠 생산의 증폭 기제가 된다. 오늘의집은 2020년 5월부터 '오하우스(O!House)'라는 이용자 기반 프라이빗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집'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삶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 여기서 오늘의집이 꿈꾸는 콘텐츠의 미래를 조금 엿볼 수 있다.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슬로건은 오늘의집의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게 만든 주요 목표다. 양질의 레퍼런스를 생산하는 데에 집중해 콘텐츠를 규격화했으며, 예쁜 집에 살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의 주요 강점을 분석해 구체화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지속적인 인입을 위해 서비스 안팎으로 실험을 이어간다. 심지어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콘텐츠의 퀄리티를 우수하게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의 흥망을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오늘의집의 콘텐츠를 적극 참고하길 바란다. 이들은 콘텐츠에 진심인 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