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을 언제부터 이용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MVIP로 있으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멜론을 쓰면서 늘 새로운 음악에 대한 니즈 (늘 듣던 것에서 벗어나고 싶음. 어떤 곡과 유사한 노래, 어떤 가수와 유사한 가수의 노래, 카페/드라이브 분위기에 맞는 노래 등을 찾기)와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결국 Top 100 차트와 몇십 년째 듣던 음악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멜론 외에 다양한 음악 서비스가 있었고 신규 서비스도 시장에 나왔으나, 오랜 시간 이용한 서비스를 버리고 새로 갈아탈 만큼의 가치를 만들진 못했던 거 같다.
나의 가장 큰 문제의식은 Top 100 차트와 플레이리스트 관리의 번거로움이었다. 이는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의 발견과 간결함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콘텐츠 소비의 특성이 그렇다. 목적성을 명확히 가지고 소비하기도 하고, 늘 반복되는 것에 흥미를 잃기도 하고, 내게 맞는 무언가를 발견하길 원하기도 한다. 특히나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소비자의 성향이 다양해질수록 이런 요소들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영상, 음악과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이커머스나 뉴스 등 고객에게 맞는 콘텐츠/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사업 영역에서 공통적일 것이다. 그래서 'Discovery' 영역에서의 재미와 편리함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한국시장은 다양한 음악을 소비하기에 시장이 너무 작단 얘길 한다. 인디음악이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비할 고객이 없는 것이다. 이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Top 100과 같은 차트가 대중의 음악 소비 성향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버리고, 가수의 경쟁요소를 촉발해 결과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공급자 중심의 음악에 소비자를 가둬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고 있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튜브의 다양한 음원 및 재가공된 영상/음악이 있고, 플레이리스트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내가 선택한 가수나 곡에 맞춰 다양한 유사 음악을 제공해준다. 그 과정에서 새로 발견하는 가수나 음악도 존재하고 무엇보다 플레이리스트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원치 않은 곡이 재생된다면 다음으로 넘기면 된다. 서비스는 투박하지만 간결함과 다양성이 멜론 대비 더 큰 가치를 준다.
아직 애정이 남아있어서, 멜론이 더 쿨한 서비스가 돼서 유튜브 뮤직에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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