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가 주는 위로

by 필민

커피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아침이면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일상의 리듬을 만든다. 돌이켜보면, 가족보다 더 오랫동안 내 곁을 지킨 동반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한때 차로 바꾸려 시도한 적이 있다. 보이차, 녹차, 홍차 등 여러 종류를 마셔보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 다기(茶器)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녹차는 마실 때마다 속이 울렁거려 지속할 수 없었다. 보이차나 홍차는 잎차를 우려 마셔야 했기에, 끊임없이 뜨거운 물을 준비해야 했다. 나는 번거롭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었다. 결국 차는 가끔 즐기는 것으로만 남기고, 다시 익숙하고 간편한 커피로 돌아왔다.


커피든 차든,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바쁜 일상 속 찰나의 휴식을 준다. 일하던 손을 멈추고 따뜻한 잔의 손잡이를 잡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복잡했던 생각은 잠시 멈추고 온전한 쉼이 찾아온다.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뇌는 무의식중에 얽힌 생각들을 정리해 준다.


여유 시간이 조금 더 길다면, 따뜻한 잔 위로 피어오르는 향기로 감각을 자극할 수도 있다. 첫 모금과 함께 퍼지는 수증기 속 향은 코의 점막뿐만 아니라 목을 타고 넘어간다. 삼킨 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목구멍 뒤쪽으로 향이 다시 올라온다. 단번에 향의 정체를 알 수 없어도 괜찮다. 그저 향을 맡으며 느끼는 편안함과 행복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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