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해마다 달라지는 산지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2024년 연말, 커피지수는 끝없이 오르고 있었다.
산지에서는 이렇게 전했다. 꽃이 져야 할 때 열매가 먼저 맺히고, 수확기에는 비가 내려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엄마 집 마당의 장미도 이상했다. 6월에 피었고, 늦여름에도 피며, 초겨울에도 또 피었다. 기후가 미친 듯했다.
나는 한때 지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시행은 유예되었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한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해마다 산지를 방문하던 카페 주인장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농장주들은 생산량이 줄고 있다고 했다. 직접 현장을 보고 나니, 심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종이컵을 쓰지 않으려 해도, 생계형 업자들은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포장 메뉴에서 일회용품을 뺀다고 해도, 컵을 가져오는 고객은 거의 없다. 1960~70년대, 내가 어릴 적에는 음식을 사오려면 냄비를 들고 갔고, 막걸리는 주전자를 가져갔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포장재는 대량 생산되고 저렴해졌으며, 편리함은 일상이 되었다. 불편을 겪지 않은 세대는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나는 카페에 갈 때면 텀블러를 손에 쥐려 애쓴다. 가방을 들지 않기에 손에 잡히는 게 쉽지 않지만,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포장 음식을 살 때도, 일회용 수저는 제외한다. 이미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거나, 결국 버려지는 쓰레기는 같다. 정부가 제한한다고 해도, 생산과 공급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실천은 어렵다.
자연은 보호받아야 한다.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하면, 남들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방송에 소개되면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자연은 상처를 입는다. 도심의 잔디도 적당히 밟으면 초록을 유지하지만,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밟으면 죽는다. 한 번 훼손된 자연은 회복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커피를 비롯한 농산물을 ‘자연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스스로가 그 다음 멸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늘의 커피가 씁쓸하게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일까. 오늘 나는 조금 덜 쓰고, 덜 버리고, 덜 먹기로 한다. 그리고 한 잔의 커피를 천천히 입에 가져간다. 그 향과 맛 속에서, 나는 지구의 숨결과 인간의 선택 사이에 놓인 균형을 떠올린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 단순히 향과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속에서 자연과 삶, 선택과 책임, 그리고 미래를 느낀다. 한 잔의 커피가 내게 가르쳐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하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작은 진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