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카페를 응원하는 마음

by 필민

동네 골목마다 카페가 스며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한 집 건너 하나씩 생겼다가 사라진다. 1980년대 명동 2층 다방의 풍경이 떠오른다. 지금은 1층에도 카페가 즐비하다. 테헤란로를 지날 때면 지하철보다 버스를 탔다. 답답한 교통 속에서도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 길가의 카페들, 그 여유가 위안이 되었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내 눈에는 언제나 카페가 먼저 들어왔다.


카페가 많다는 건,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싸움, 규모의 장단점, 테이블 회전율의 중요성까지. 테이블이 차면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쉬지 않고 메뉴를 소화하는 매장이 실속 있는 곳이다. 사무실 밀집 지역에 카페가 몰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과 기회는 늘 함께 움직인다.


카페가 살아남는 방법은 단순하다. 맛있어야 하고, 단골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맛있다”라는 말이 있어도, 자주 방문해 매출로 응원하지 않으면 주인장은 버티기 어렵다. 맛은 마음의 응원이자 현실의 생존 수단이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가끔, 내 마음속에도 미안함이 스친다. 매일 오던 손님, 원두만 사가던 손님, 그들에게 감사를 전하지 못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커피는 매번 같을 수 없다. 그럼에도 “맛있다”며 돌아가는 손님들의 마음, 그 믿음과 관대함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이 있다. 10년 이상 이어온 곳들이다. 포항 ‘아라비카커피로스터스’, 여수 ‘피플커피’, 순천 ‘리드 와블러’, 전주 ‘길 위의 커피’, 군산 ‘미곡창고’, 천안 ‘오월의 숲’, 시흥 ‘워터킹커피로스터스’, 서울 ‘카페올’, 파주 ‘퀼트 주니어’. 나는 20년을 버티지 못했지만, 그들이 이어갈 100년의 길을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2025년, 커피지수는 미쳤다. 그래도 좋아하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순간, 나는 작은 안도와 희망을 느낀다. 버티고, 살아남고, 또 누군가의 하루 속에 자리 잡는 것. 그것이 커피와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아닐까.


오늘도 그 한 잔의 커피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세상 속 작고 느린 기적이, 바로 여기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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