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하는 것이 공부다. 나는 사춘기부터 공부를 멀리했다. 책을 읽는 것도 오십을 넘겨서야 다시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어느 순간 공부가 싫어졌다. 시험 점수가 떨어지니 흥미를 잃었고, 그러다 자연스레 멀어졌다.
수십 년이 흐른 뒤,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힌 것은 커피였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는 시작이었다. 커피의 내재된 힘은 수박을 먹을 때 껍질을 까는 것이 아니라 쪼개야 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커피에서 추출보다 볶는 과정에 마음이 갔다. 볶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 눈에 보이지 않는 향과 맛의 생성,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화학 공부는 중·고등학교 교재를 활용했다. 전공자가 아니기에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물리를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쳤던 지인의 도움도 받았다. 향 분자들이 열에 의해 변화하는 기작, 몇 도에서 어떤 분자가 발현되는지, 발현된 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유기화학까지 공부해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도전할 바에는 조금 버거운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체득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커피 한 잔 속에서 보이지 않는 화학 반응과 손끝의 감각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배움의 즐거움과 삶의 풍요를 동시에 느낀다.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책과 원두를 번갈아 보며 생각한다. 배움은 끝이 없고, 늦게 시작해도 상관없다. 손을 뻗어 배우는 순간, 삶은 다시 빛난다.
지식은 나를 깨우고, 깨달음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배움의 첫걸음을 떼는 당신의 오늘이, 삶을 바꾸는 내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