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맡은 일은 언제나 두렵다.
불의 온도보다 더 조절하기 어려운 건 마음의 온도다.
하지만 ‘처음’은 언제나 나를 새롭게 단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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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집집마다 커피를 볶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를 정확히 특정하긴 어렵다. 다만 밀레니엄 무렵부터 소규모 로스터리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2010년 전후부터 커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즈음 커피 관련 대회도 등장했으며, 2013년에는 커피로스팅챔피언십이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K) 주관으로 국내에서 열렸다. 나는 그 대회의 세팅 멤버로 참여하면서 운영 경험을 처음 쌓았다.
처음 협회에서 대회를 준비할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대회 룰을 세우는 일부터 운영 세부안을 검토하는 과정까지, 그야말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대회 일정 내내 서서 일하며, 실수할까 봐 먹는 것도 잊었다. 긴장으로 인해 불의 온도보다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러나 그 긴장은 나를 단련시키는 열이었다. 서툴음 속에서도 '커피를 향한 진심'이야말로 운영의 중심이라는 것을 배웠다.
두 번째 대회를 맞았을 때는 훨씬 수월했다. 경험이 쌓이자 준비 과정의 효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새로운 커피, 새로운 참가자를 맞이하는 순간만큼은 여전히 '처음'의 긴장이 찾아왔다.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도, 매번 다른 사람과 환경이 주어지면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찾아온다. 이 감정은 내가 왜 여전히 '처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즐기는지를 일깨워준다.
최근에는 다양한 로스팅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운영 방식은 비슷하지만,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참가자들이 커피를 통해 성장하고 서로 배움을 나누는 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반복되는 대회 속에서도 '처음의 의미'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운영자의 자세라 생각한다.
결국 '처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배움의 다른 이름이다. 대회를 운영하며 겪은 긴장과 기대, 시행착오는 모두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커피의 불 앞에서, 나는 온도 조절을 배우듯 마음의 온도를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그 균형이야말로 커피와 삶을 이어주는 온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