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커피는 달콤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오래 곁에 있는 커피는 진득하고 깊다.
사랑이 그렇듯, 커피도 결국 ‘지속’이 맛을 만든다.
-----------------------------
커피와 나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 쓰디쓴 한 잔과 함께 어릴 적의 설렘이 겹쳐 떠오른다. 공부를 핑계로 마셨지만, 사실은 책을 읽는 시간이 더 길었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같은 책을 들고 마시던 기억이 남아 있다. 내용은 흐릿하지만, 그때의 집중과 호기심, 그리고 커피 향이 어우러진 시간만큼은 선명하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다. 커피도 그랬다. 처음 마신 쓴맛 속에 숨은 달콤함, 신맛, 그리고 그 미묘한 조화가 나를 사로잡았다. 커피의 쓴맛과 신맛은 문명사회의 상징이다. 원시시대에는 쓴맛을 '독', 신맛을 '상한 것'으로 여겨 피했지만, 인간은 그 맛을 배워 즐길 줄 아는 존재가 되었다. 그 역설 속에서 나는 커피가 왜 삶 깊숙이 스며드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상큼함과 깊은 향이 살아 있고 선명한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고 버티게 하는 일상의 리듬이다. 소소한 행복이자 정신의 버팀목으로서, 커피는 내 삶의 결을 짜고 색을 더한다. 설렘과 안정이 공존하는 그 존재감은 첫사랑과 닮았지만, 오래 곁에 머무는 힘은 그보다 더 깊다.
앞으로 내 세 번째 직업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떤 길 위에서도 커피는 곁에 있을 것이다. 배움과 성장을 함께하며, 삶 속 작은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첫사랑이 주는 달콤함과 오래된 관계가 주는 깊음, 그 두 가지 맛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첫사랑 같은 커피는 설렘을 주고, 껌딱지 같은 커피는 삶의 무게를 함께 버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