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있다면

by 필민

사람은 누구나 작은 바람을 품고 산다.

그 바람이 방향이 되고, 때로는 위로가 된다.

커피 향에 내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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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망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 소망은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이루어질 수도, 혹은 꿈으로 남기도 한다. 어릴 적의 소망은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는 일이었다. 학업을 마칠 무렵에는 취업이 가장 큰 목표였고, 취업 후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꾸었다.


하지만 아무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현실을 깨달은 순간, 작은 절망감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사람은 여전히 희망을 품는다. 아마도 바람이란,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체온 같은 것일지 모른다.


이제는 큰 꿈보다 소소하지만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바람을 품는다. 커피를 통해 발견한 즐거움과 배움의 경험이 그 바람을 만들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그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 산 정상만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오르는 길에서 꽃을 보고, 나무와 돌과 대화하며, 잠시 쉬어가도 된다. 다시 올라가면 된다. 처음부터 포기하지 말자. 해보고 아니면 말고.


커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나는 장사도 했다.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은 메뉴를 만들고 즐겁게 팔았다. 하지만 판매되는 커피의 한계에 부딪히며,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커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이지 않는 내부 과정까지 알아야 했다. 그것은 과학이었다. 학생 시절 어려워하던 화학이, 커피를 통해 다시 나에게 왔다.


바람은 욕심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는 일반 과학 교양서를 천천히 읽으며 수년간 반복했다. 눈에 보이는 만큼 아는 것이므로,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공부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준다.


이 즐거움을 혼자 누리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작은 학교를 꿈꾸게 되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공부. 관찰하고, 사유하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작은 학교. 그곳에서 커피는 또 하나의 '배움의 언어'가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일지 모를, 그러나 가장 소중한 바람이다. 삶이 끝날 때까지, 배우고 나누는 마음으로 다시 '처음의 나'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커피를 통해 품게 된, 조용하지만 가장 단단한 소망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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