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은?

by 필민

마지막을 생각하면, 지금이 선명해진다.

끝이 있기에 하루가 소중하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나는 생의 마지막 한 모금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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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했어야 할 공부를 이제 와서 다시 하고 있다. 한심하다기보다, 묘하게 대견하다. 늦게 시작한 배움은 조급하지 않고, 깊다. 커피는 그런 시간 속에서 나에게 다가왔다. 집에서 무료함을 달래주던 취미가 어느새 삶의 중심이 되었다. 익숙한 것에도 늘 새로움이 있고, 알고 있던 것에도 더 깊은 맛이 있었다. 커피는 그렇게 나의 시간을 다시 깎고 다듬었다.


아침에 밥 대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열고, 바쁜 일을 마치고 잠시 쉬는 그 순간에도 커피는 곁에 있다. 은은한 향은 마음을 풀어주고, 따뜻한 잔의 온기는 나를 현재로 붙잡아 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을 느낀다. 젊은 날의 어설픈 행동들이 불현듯 떠올라 미소 짓게 될 때도 있다. 그 모든 장면들 곁에는 늘 커피가 있었다. 삶의 결이란, 어쩌면 이런 작은 반복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은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한 일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오늘 하루, 한 잔의 커피를 온전히 음미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그것이 곧 나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법일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뇌를 깨우고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커피와 함께, 나는 나의 마지막 한 모금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향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의 마지막처럼,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그 여운 속에서 '처음의 나'를 다시 만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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