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잘해보려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 늘 그렇다.
술술 풀리는 구간보다, 사람 성질을 건드리는 매듭부터 튀어 나온다.
그래 뭐, 큰 사람인 척 생각해보면 대수롭진 않다.
다 과정이니까.
이사 과정에서의 첫 번째 단단한 매듭을 만났다.
난 마음보단 덩치만 큰 사람이다.
.. 처음부터 아주 대수롭다.
거제에 다녀왔다.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좋음이 훨씬 컸다.
이사는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않은 장기전이 될 듯 하다.
'생각보다 장기전'도 살짝 막막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집과 사업을 모두 옮겨야 하는 자영업자다.
타이밍이 안맞으면,
1. 무기한 떠돌이 생활의 위험
2. 무기한 밥벌이 없음의 위험
3. 혹은 1, 2번의 환장할 콜라보...?
일이 꼬여버릴지도 모른다는 긴장, 그 긴장을 장기전 내내 내려놓을 수 없다는 현실.
그게 내 멘붕의 주범이다.
일단 이 한가닥의 시작이었던 다이어트부터 때려치우고 싶어진다.
반년 이상 인내의 시간이 예상되는데 이것까지 괴로워야 되나 싶다.
이 필요 이상의 인간적임이란.
그래도 체중계 위에서 정신줄을 붙잡아 본다.
내 목표는 40kg 감량.
지금 우리 아들이 간신히 23kg다.
'이것까지 참아야 되냐'라고 뻗대던 뻔뻔함은 넣어두고 조용히 양심을 챙기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인천 정리를 시작하면서 남편과 머리를 맞댔다.
플랜 A, B, C... 쥐어짜봐도 모든게 편안하게 해결되는 방법은 없다.
잠깐씩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스친다.
남은건.. 각오. 그리고 그냥 부딪힘.
결연한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부딪히며 겪어내는 과정이 아주 모양 빠질 예정이다.
어쩔 수 없는 일들에도 전전긍긍 할거고, 부부싸움도 몇 차례인지 예약되어 있을테고,
'진짜 가는게 좋은거 맞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엉킨 실뭉치를 풀어나가는 일이 나에겐 늘 그렇다.
'그래, 차분히 해보자.' 하고 단정하게 시작하고,
'하... 그냥 잘라 버릴까.' 하며 짐승이 된다.
그래도 난 내가 고른 예쁜 실이 아까워서 실을 지키고 승질 머리를 희생시키는 편.
아들이 방과후 학교에 등교했다.
어질러두고 간 자리를 한숨 쉬며 둘러보는데,
종합장에 써둔 못난이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 ○○○동 △△△호 팔아요. ]
웃음이 터졌다.
그래, 나쁘지만은 않다.
아마 이번에도 난 잘 견디긴 견딜거다.
단정하게 견딜 자신은 없지만.
이쯤 되면 그게 내 스타일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