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뭐 할줄 알더라?
가위는 이미 두어번 들었다 놨고, 이번에도 단정하게 버티긴 글렀고.
그저 나답게 잘 버틸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문득, 끄적이고 있는 여러개의 글들이 생각났다.
그 중 뭐라도 각잡고 제대로 써보자 싶었다.
'각잡고 쓰기'의 첫 기획은 인천에서 시작하는 거제 정착기 에세이다.
혼자만의 끄적임 보다는 조금 더 무게를 실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조금씩 내 글들을 세상에 풀어 놓아 볼 결심을 했다.
수영장에 발끝부터 빼꼼 담가보는 뉴비의 마음으로.
글이 몇 조각 쌓였을 즈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는 은근히 기대라는 걸 했다.
결과는 탈락.
설레는 마음으로 물 온도 체크하다가 현실에 물싸대기를 맞은 기분이다.
난 초보니까 쉽지 않을 거라며 쿨한 척해놓은 게 무색하다.
막상 가로막혀보니 약, 오른다.
쭈구리와 약 오른 뉴비 사이에서 잠시 포지션을 고민하다가, 비장하게 재신청의 문을 두드린다.
호기롭게 문을 열고선, 다소곳하게 소개글과 연재 계획을 고민한다.
쭈굴하게 덤빌지언정 깨갱하지는 않기로 했다.
서툴긴해도 가볍운 마음은 아니니까.
기분이 좀 별로긴 한데, 좌절은 아니다.
오기가 좀 생기긴 하는데, 자신감은 아니다.
그냥 인천에서 거제까지의 장거리 이동을 잘 버텨 낼, 내 공간을 쟁취하려는 욕심이다.
그 공간 안에서 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나의 새로운 도안이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아니더라도, 나는 뭐라도 해야 숨 쉬는 인간이다.
그래서 또 탈락하면, 또 도전할 거다.
허세가 아니라 쭈구리의 기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