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거제 '진짜' 임장기 _ 이끌림

by ONDI

2박 3일 일정으로 거제로 떠났다.

도착은 밤 9시쯤.

눈이 침침하도록 예습했던 로드뷰의 풍경은 암막 속에 감춰져 있었다.

서프라이즈 선물의 포장을 풀기 전 기분으로 숙소에 들어섰다.


둘째 날 아침.

마냥 여행은 아니다 보니 숙소를 그저 가성비 기준으로 골랐었더랬다.

그런데 아침에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풍경은 '부분' 오션뷰 이런 거 아니고 '냅다' 오션뷰.

음. 뭔가 시작이 좋아.

다이어트로 부기가 빠진 몸도 그 어느 때보다 가뿐한 느낌이었다.

이래 저래 상큼한 기분으로 거제시 A동으로 향했다.


A동은 우리가 상상 임장으로 살 집과, 똥강아지 초등학교까지 정해둔 바로 그 동네였다.

그러나 이동할수록 뜻뜨미지근 해지는 남편의 표정과 어느새 긍정 회로를 돌리려 애쓰고 있는 내 머리.


부동산에서 한참 생각에 잠겼던 남편이 거제시 B동의 ○○아파트에 대해 사장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곳은 상상 임장 때 몇 차례 거론됐었지만 가능성 크지 않은 후보에 머물렀던 곳이다.


그런데 사장님으로부터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여기 할 거면 거기 하는 게 낫다고,

내려온 김에 다 둘러보러 가자고 하셨다.

그쪽으로 가면 사장님은 복비 나누셔야 되는데요...

사장님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해 버렸다.


사장님 차로 넘어간 15분 거리의 B동.

사실 나는 별로 가보고 싶진 않았었다.

찜해둔 곳에서 뭔가 더 갈등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A동은 이미 상상 속에서 우리 세 식구의 생활을 그려본 동네라서 괜히 배신하는 느낌도 들었다.


... 웬걸, 나는 태세전환의 귀재였다.

직접 보니 ○○아파트가 명확하게 더 마음에 들어와 버렸다.

갈등의 여지없이.

인프라, 단지 조경, 집에 들어설 때마다의 그냥 '느낌'. 모든게 더 좋았다.

이래서 '진짜' 임장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임장을 마치고, 파노라마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꼭 하나 넣기로 했던 유일한 '관광' 일정이었다.

처음엔 바다가 보이지 않아서 특별하게 와닿진 않았다.

올라갈수록,

"어, 저기 멀리 바다도 보인다." 했다가,

"어, 사방이 바다였네. 멋지다." 했다가,

"... 와.......".

표현력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표현에 머리를 굴리기엔 눈에 담기도 바빴다.

... 거제에서 살아보고 싶어졌다. 정말로.


남편의 거제 사는 친구 부부로부터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내향적이고 낯가리는 나인데, 무장해제 되어서는 눈물이 찔끔 나도록 웃다가 온 자리였다.

'거제에 내려온다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유쾌한 언니, 형부가 생겼다.


마지막 날엔 여유가 있는 편이라 아침에 알람을 맞춰두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고개만 살짝 돌렸을 뿐인데 노골적인 오션뷰가 선사하는 일출 직관.

순간 알았다.

이번 거제 임장기를 쓴다면 이끌림으로 마침표를 찍을 거란걸.


질리도록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 인천 부동산에 상가와 집을 내놨다.


이제 현실에서의 여정이 시작됐다.

살짝의 어긋남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이끌렸으므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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