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아들이 저녁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요구했다.
라면 좀 끓여 달라고.
하필 오늘이냐.
나 식단 이틀차인데.
숨을 참으며 라면을 끓였다.
지금 막 남편이 퇴근했다.
라면을 끓인다.
끓여달라고 하진 않았지만 배려는 거기까지였다.
후루룩이라니, 다이어트하는 마누라 앞에서 후루룩이라니.
나 식단 이틀차인데.
라면은 잔인하다.
냄새며, 소리며, 빛깔까지.
오감을 무자비하게 들쑤신다.
나 무려 무. 염. 식단 이틀차인데!
두서없는 이 글은
필사적으로 '한 입만'을 참기 위한 글.
손이 떨린다. 자꾸만 멈칫거린다.
면 한가닥은 괜찮지 않을까.
국물 한 방울은 인간적인 거 아닌가.
아... 다 집어 칠까.
아니야, 송옥이 살 빼면 다 잘 풀린댔어.
내 살에 우리 집 재물운이 달렸을지도 모르는데
면발 한가닥에 마음이 무너진다.
이 자괴감이란...
쓴다. 계속 글 쓴다.
무슨 말을 쓰는지도 모르겠지만 쓴다.
타이핑 소리로 후루룩을 이겨보자.
언제까지 먹을 거냐.
내가 오늘 먹은 식단을 곱씹어본다.
나트륨 삭제한 어마무시한 식단.
내가 그걸 해냈다.
이렇게 실패할 순 없다.
근데 이제 겨우 이틀차잖아.
리셋하고 내일부터 다시 할까...
너네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
엉킨 실타래... 그냥 조금만 잘라버릴까.
한 가닥 잡아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한 손에 가위를, 다른 한 손에 쉽지 않은 한 가닥을 부여잡고,
나는 계속.. 고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