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이>
우리 반 영석이는 말을 거꾸로 한다. 그래야만 선생님이 우리가 몰래 떠드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나 뭐라나.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영석이의 거꾸로 말하는 법을 배웠다. "터부늘오 는리우 로꾸러 다한 말"(오늘부터 우리는 거꾸로 말한다). "지았알?"(알았지?). 암호 같은 비밀 얘기처럼 들리는 우리들의 대화법은 반에서 인기였다. 거꾸로 전도사 영석이가 하하하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는 거꾸로도 하하하. 우리 모두는 또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말하기에 이어 행동도 거꾸로 하던 영석이. 학교가 끝난 뒤 집까지 뒤로 걸어가다 개골창에 처박혀 며칠간 학교를 못 나왔다. 쉬는 시간마다 말수가 부쩍 줄었던 우리들, 다시 말들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