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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린 May 19. 2023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어제는 하루종일

좀 힘들었던 날,


마음을 다 잡으려

책상 옆 늘 그곳에 있던,

시 모음집을 펼쳐 들었는데

거기서 미당의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八割)이 바람이다"라고 고백하던 시인.


나도

이제는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살아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꽃 사진 한 장 더...



*사진 : 김기린(촬영 장소, 원불교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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