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어제는 하루종일
좀 힘들었던 날,
마음을 다 잡으려
책상 옆 늘 그곳에 있던,
시 모음집을 펼쳐 들었는데
거기서 미당의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八割)이 바람이다"라고 고백하던 시인.
나도
이제는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살아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꽃 사진 한 장 더...
*사진 : 김기린(촬영 장소, 원불교 우인훈련원)